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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구들을 만나러 로그로뇨까지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5시 30분쯤 출발하여 다소 평탄한 길을 걷는다. 까미노 길을 걸으며 보는 일출을 어디서 보나 명장면이다. 해가 뜨고 헤드랜턴을 벗었다. 이젠 지팡이도 제법 능숙하게 쓴다. 큰 어려움 없이 로스 아르고스에 도착해 아침을 먹는다. 마녜루에서 샀던 크루아상과 어제 비야마호르 아침식사봉투에 있던 인스턴트커피. 다행히 커피가 찬물에도 잘 녹았다. 밥을 먹고 아스피린도 한 알 먹고, 썬크림도 바르고, 스트레칭도 쭉쭉해줬다. 오늘은 갈길이 멀다.
다음 마을은 산 솔과 토레스 델 리오 라는 마을이다. 작은 마을이라 큰 기대를 안 하고 잠시 쉬어가려고 하는데 산 솔에 있는 작은 슈퍼 앞에서 기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나는 콘레체를 하나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젊은 청년의 기타 같은데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뺏어 연주하고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멋진 노래였다. 낭만에 취해 그 자리에서 담배를 3개나 태웠다. 시간이 너무 지체된 것 같아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산 솔 바로 옆에 있는 마을인 토레스 델 리오를 지나 로그로뇨 직전 마을인 비아나로 향했다.
땡볕이 내리쬐고 바람은 거의 없다. 땀이 뚝뚝 떨어진다. 다행히 토레스 델 리오를 빠져나오기 전에 물을 충만시켜놓았다. 그렇게 2시간쯤 걸었을까. 비아나가 보인다. 육안으로는 가까워 보여도 막상 실제로 걸어서 당도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천 근 만 근 한 몸을 이끌고 비아나에 도착.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마을이었다. 아파트 옆 그늘진 벤치에 앉아 전날 받은 아침식사백을 꺼냈다. 빵과 잼, 사과주스가 남아있었다. 물과 함께 허겁지겁 먹고 스트레칭도 좀 했다. 그때 시간이 2시가 조금 안된 시각이었다. 로그로뇨까지는 약 10km가 남아있었다. 원래 체력이 안되면 비아나에 머물려했으나 이번엔 객기를 좀 부렸다. 그렇게 로그로뇨로 가는 길. 평탄한 길이 이어졌지만 그늘진 곳이 없으며, 바람 또한 안 불었다. 중간중간 물을 마시며, 지도를 보는 횟수가 잦아진다. 거의 다왔겠지. 이젠 거의 다 왔겠지. 다리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에 부친다.
루카에게 디엠을 했다. 나 지금 로그로뇨로 가고 있다고. 도착하면 연락하겠다고. 친구들은 이미 도착해서 바에 있다고 한다. 나도 얼른 가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다. 그렇게 친구들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로그로뇨에 도착했다. 다행히 값이 싼 공립 알베르게에 배드가 남아있어 체크인을 하고 샤워 후 빨래도 했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러 로그로뇨 성당 쪽에 있는 광장으로 갔다. 친구들이 저 멀리 앉아있다. 안본지 3일밖에 안되었지만 어찌나 반갑던지. 친구들과 얼싸안으며 도착을 자축했다. 다들 내 무릎을 걱정해 주었다. 나는 이젠 약도 먹고, 파스도 바르고 하니 많이 나아졌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다 같이 맥주를 마시러 바에 갔다. 저녁때가 다되어서 나와 루카는 배가 고파 핀초도 몇 개 시켰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피곤해서 일찍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먼저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알베르게 테라스에 앉아 쉬고 있으니 루카에게서 연락이 왔다. 10시 넘어서 들어갈 거 같은데 혹시 그렇게 되면 알베르게 문 좀 열어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나는 괜찮다 말하고 내일 걸을 길과 목적지 마을을 알아보았다. 10시가 조금 안된 시각. 순례자들이 시내에서 놀다가 우르르 들어온다. 그중에 매넌과 루카도 있었다. 꽤나 즐겁게 논 모양이다. 내일 나헤라에서 보자는 인사를 하고 나는 잠에 들었다.
*** 이 날 로그로뇨에 4시쯤 도착해 도시 구경을 많이 하지 못했고, 사진도 많이 못찍어두어서 아쉽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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