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일기
5시 알람이었지만 조금 일찍 눈이 떠져 출발 준비를 했다. 알베르게를 나온 시각이 대략 5시 40분쯤. 밖은 아직 어두컴컴하다. 드디어 다시 출발. 하루 쉬었더니 무릎이 꽤 나아진 것 같다. 다시 한번 파스크림과 아스피린에 경의를 표했다. 이 시간에 출발하는 순례자가 한 명 더 보인다. 알고 보니 한국인 아주머니인데 길을 헤매고 있다고 한다. 여태까지 까미노 닌자와 부엔 까미노 어플 없이 왔다고 한다. 그럼 여기까지 어떻게 왔냐고 묻자 그냥 사람들 따라왔다고 한다. 아주머니 핸드폰에 어플들을 깔아드리고 다시 여정을 시작했다. 팜플로나 시내를 가로질러 서쪽으로 향한다. 넓은 밀? 보리? 밭길 너머 저 멀리 풍력발전기가 돌아간다. 길도 괜찮았다.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졌고 중간중간 평탄한 길도 있었다. 걷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커피도 한잔하고 쉬엄쉬엄 걷기를 계속한다. 오늘은 유명한 순례자 조각상이 있는 곳을 지난다. 조각품이 있는 언덕 위에 올라 뒤돌아보니 어제 머물렀던 팜플로나 한 눈에 보이고, 앞으로는 내가 향하고 있는 서쪽의 풍경이 보인다. 정말이지 명장면이다.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다시 길을 이어나간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이젠 올라온 언덕을 내려갈 차례다. 지팡이를 땅에 힘차게 박으며 뒤뚱뒤뚱 내려간다. 나를 앞질러 가는 순례자들을 보며 지난날의 나를 반성하다가도 지금의 내 처지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1시간 반쯤 내려왔을까. 평지가 보인다. 다시 속도를 조금 내어 걸을 수 있다. 예쁜 풍경들을 보며 푸엔테 라 레이나에 도착했다. 12시 정도 되었다. 정말 예쁜 도시였다. 가는 도중에 푸엔테 라 레이나에 있는 큰 성당 들렀다. 성당 안은 정말 화려한 조각품들과 성물들로 가득했다.
성당을 빠져나와 다시 마녜루를 향해 출발했다. 대부분 푸엔테 라 레이나에 머물러 이 시간에 마녜루로 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고독을 즐기며 마녜루에 도착했다. 오늘 알베르게는 어제 메일로 예약을 하고 갔던 터라 도착하자마자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오늘 머물 알베르게는 1층에 바도 있고, 저녁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짐을 풀고 샤워와 빨래를 한다. 이젠 조금 익숙해진 루틴이다. 그리고 1층 바로 가서 맥주와 음식을 시켜 먹었다. 배를 채우고 마을에 있는 슈퍼마켓을 가려고 했지만 시에스타에 걸려 오픈시간 전까지 낮잠을 잤다. 한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동네구경도 할 겸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슈퍼마켓에서 포장된 크루아상과 간식으로 먹을 초코빵, 그리고 사과 2개를 샀다. 이틀 치 아침식사정도 된다. 마을구경을 하던 도중에 잭 아저씨를 만났다. 캐나다에서 왔고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다고 한다. 여자친구와는 작년에 같이 왔었고 이번에는 혼자 왔다고 한다. 벤치에 앉아 잭 아저씨에게 많은 얘기를 들었다. 자신의 사업이야기, 건강이야기, 앞으로의 계획들. 그는 현재 60살이지만 젊게 생각하고 젊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세상에 멋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잭 아저씨는 나와 같은 알베르게에서 1인실을 사용한다고 한다. 자기는 나이가 들어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편하게 지내고 싶다고 한다. 오늘 내가 묵는 방은 2층침대가 10개 정도 있는데 나를 포함해 총 5명의 남자만 있다. 너르고 편하게 지낼 수 있어 참 좋다. 체크인할 때 같이 신청한 저녁식사를 하러 1층 식당으로 갔다. 오늘 저녁식사는 나를 포함하여 총 3명이서 먹게 되었다. 슬로베니아에서 온 야르단, 아일랜드에서 온 데이비드. 메뉴는 첫 번째 파스타 or수프, 두 번째는 생선 or고기, 디저트는 각종 음료와 아이스크림이 제공된다고 한다. 나는 수프, 고기, 바나나 요구르트를 주문했다. 첫 번째로 나온 수프는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얼마 만에 국물을 먹어보는지.... 병아리콩과 초리소, 토마토 등 각종 야채가 들어간 빨간 수프였다. 빵과 함께 수프를 해치우고, 고기가 나왔다. 여기 애들은 고기를 올리브유에 담백하게 구워서 감자튀김과 같이 먹는다. 김치와 쌈장이 생각나는 맛이다. 와인도 나왔는데 요르단과 데이비디는 와인을 마시지 않아 나 혼자 와인 반 병 정도를 비웠다. 든든히 먹고, 살짝 알딸딸한 기분에 쓰는 일기이다.
내일은 비야마호르 라는 마을까지 갈 계획이다. 오늘 걸은 거리보다 조금 더 짧다. 무릎도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아킬레스건 쪽에 약간 통증이 있어 내일은 쪼리를 신고 걸어볼 생각이다.
2. 마녜루 알베르게 및 맛집 정보
보통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많이 머물지만 사람들 없이 조용하게 쉬고 싶다면 약 5km 정도 더 걸어 마녜루 라는 마을에 머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래는 제가 묵었던 알베르게 정보입니다. 주인아주머니도 되게 친절하시고 방도 깔끔해서 참 좋았습니다. 더군다나 사람도 별로 없어 혼자 휴식을 취하기 너무 좋았습니다. 마녜루 마을에는 슈퍼마켓과 바도 있어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며, 제가 묵었던 알베르게 1층에도 바를 운영하고 있으며, 저녁식사도 신청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것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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