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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여행기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3일차 (주비리-팜플로나)

by peoplothory_ 2024. 7. 15.

목차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3일차 (주비리-팜플로나)

     무릎 부상으로 일찍 일어나 친구들보다 먼저 출발했다. 5시 기상, 5시 45분 출발. 발을 내딛을 때마다 무릎 안쪽이 찌릿찌릿하다. 지도를 보니 까미노 루트와 일반 도로가 나란히 이어진다. 특히 내리막이 무서웠던 나는 혹시나 무릎이 잘못될까 봐 겁이 났고, 일반도로로 걷기 시작했다. 이걸 쓸까?라고 생각하며 샀던 헤드랜턴을 드디어 처음 사용한다. 속으로 나 자신에게 칭찬했다. 컴컴한 도로에 시멘트 공장 소리만 요란하다. 가끔씩 차가 옆을 스쳐 지나가고 온 신경과 오감이 곤두서며 무릎 통증마저 조금 무뎌진다.

    새벽 주비리에서 팜플로나로 향하는 도로
    새벽 주비리에서 팜플로나로 향하는 도로

    이때 진짜 아찔했다.

    작은 차들은 나를 조금 비껴가지만 큰 차들이 지나가거나 교행 하는 순간은 아찔아찔하다. 점점 날이 밝아오고 배가 고파온다. 까미노 지도를 보니 1/3이나 왔더랬다. 아침을 못 먹은 나는 먹을 곳을 찾았지만 아침 8시도 안 된 시각에 문을 연 카페는 없었다.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가던 중 나는 일반도로에서 까미노 루트로 들어왔다. 차들 때문에 긴장했던 것들이 풀리면서 주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비가 온 탓에 무겁게 흐르는 시냇물 소리,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듯한 산새소리, 그리고 멋진 풍경과 옛 건물들. 어제 알베르게 쓰레기통에서 주운 부러진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나아갔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던 중 한 커플을 만났다. 힘겹게 내려가고 있는 나에게 도와줄까라고 묻는다. 내가 무릎이 아프다고 하니 그들이 가지고 있던 파스크림과 부루펜 진통제 알약을 하나 받았다. 무거운 배낭을 내려 약을 찾는 것도 꽤나 귀찮을 텐데. 너무 고마웠다. 그들은 이탈리아에서 왔고, 오늘 팜플로나까지 간다고 한다. 나도 팜플로나까지 가는데 나중에 팜플로나에서 보자 인사하고 그들은 떠났다. 악빨이 도는지 전보다 통증이 훨씬 나아졌다. 탄력을 붙여 속도를 내고 싶었지만 내리막과 계단은 아직 무리였다. 천천히, 그리고 안전하게 하고 다짐하며 나를 다그쳤다. 부러진 지팡이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지 꽤나 잘 버텨주었다. 마침 팜플로나 바로 옆 동네에 도달했다.

    팜플로나에 들어서는 풍경
    팜플로나로 들어서는 풍경

    개선장군이 된 것 마냥 꼿꼿이 걸으려 했다. 팜플로나 시내까지는 대략 1-2km 남짓. 오랜만에 보는 도시는 꽤나 재미있었다. 까미노 표지석을 보며 걷다 보니 큰 성을 가리킨다. 여기로 가면 팜플로나라고? 일단 성을 오르고 본다. 프랑스 문이라는 문을 지나 코너를 꺾으니 누가 봐도 스페인이다 싶은 건물들이 쫙 들어서있다. 희끗희끗 페인트가 벗겨졌지만 알록달록한 건물들의 테라스엔 갖가지 식물들이 자라고 거리의 아이들이 뛰논다. 아 왔구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들어가니 아까 길에서 나를 도와줬던 파비온과 그의 친구가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고 나는 또르띠아와 햄버거 반 개, 에스프레소를 한 잔시켜 허겁지겁 해치웠다. 다 먹고 얼마 안 있어 루카와 프란체스카 시스터즈가 도착했다. 그들과 잠시 쉬다가 같이 공립 알베르게를 잡으러 갔다. 다행히 카페 근처에 규모가 큰 공립 알베르게가 있었다. 알고 보니 옛 성당 건물을 개조하여 알베르게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었다. 매넌과 마노스는 아직 도착 전이라 그들에게 알베르게 위치를 알려주었다. 30분쯤 뒤 매넌도 도착하여 루카와 함께 셋이서 체크인을 했다. 오늘 알베르게는 세탁기 사용이 무료여서 샤워를 하고 친구들과 함께 세탁기를 돌렸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건조를 부탁하고 지팡이를 사러 데카트론에 갔다. 절뚝이며 도착한 데카트론은 정말이지 오아이스 같았다. 등산스틱과 스틱 팁, 무릎보호대, 긴바지를 하나 사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팜플로나 도착 후 첫끼
    팜플로나 도착 후 첫끼
    팜플로나 공립 알베르게
    웅장하고 깔끔했던 팜플로나 공립 알베르게

    날이 좋아 루카와 매넌과 함께 맥주를 한잔하러 길을 나섰다. 근데 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알고 보니 알베르게 건조기를 사용하는데 사람이 몰려 다른 순례자들이 매넌에게 무례하게 행동한 까닭이었다. 매넌이 눈물을 글썽이길래 위로를 해주고 술 한잔 마시고 잊어버리라고 했다. 이 길에서는 모두 행복한 기억만 간직하자고 말했다. 적당한 바를 찾아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맥주를 시켰다. 까미노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대도시에서의 칠링. 유럽은 흡연에 대해 관대하다. 루카가 이탈리아에서 파는 담배를 직접 말아주었다. 꼭 마리화나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한국에서 파는 곽이나 팩에 든 담배를 파는 것이 불법이라고 한다. 그렇게 친구들과 한잔하고 있던 도중에 마노스와 프리다가 우리가 있던 바로 도착했다. 인사와 안부를 나누고 그들은 우리와 같은 알베르게로 체크인을 하기 위해 떠났다. 나도 맥주를 한잔 마시고 무릎 때문에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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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플로나 공립 알베르게 정보

    -알베르게 이름 : Albergue Jesus y Maria

    -알베르게 위치 : C. de la Compañía, 4, 31001 Pamplona, Navarra (팜플로나 대성당 근처)

    -숙박요금 : 1박에 10유로 (세탁기, 건조기 사용 무료)

    데카트론에서 쇼핑 후 친구들과 바에서 얘기하는 모습
    데카트론에서 쇼핑 후 친구들과 바에서 얘기하는 모습

    어느덧 저녁 먹을 때가 되어 친구들이 있다는 바로 향했다. 가보니 정말 많은 사람이 있었다. 루카, 매넌, 마노스, 프리다뿐만 아니라 날 도와준 파비온, 프란체스카 시스터즈와 처음 보는 친구들까지. 나도 와인 한잔을 시켜 그들과 섞여 얘기를 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기 빨린다는 느낌이 확 왔다. 잠시 혼자 옆 테이블에서 조용히 담배를 태우고 있으니 루카가 다가왔다. 그와 저녁식사를 어떻게 할지 의논했다. 나는 매넌과 루카와 함께 깔끔해 보이는 타파스집에 들어왔다. 우리 셋은 닷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각자 먹을 음식과 술을 시켰다. 우리 셋은 거기서 많은 얘기를 나웠다. 얼마 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까미노를 걸으며 생각했던 것들, 앞으로의 다짐, 각자의 연애스토리 까지도. 정말 즐거운 밤이었다.

    팜플로나에서 저녁식사 / 서로 계산하겠다고 하는건 어느 나라든 똑같았다.
    팜플로나에서 저녁식사 / 서로 계산하겠다고 하는건 어느 나라든 똑같았다.

    그들은 내일 팜플로나를 떠나지만 나는 내일 하루 더 팜플로나에 머물 생각이다. 하루 더 머물면서 등산스틱 사용법도 익히고 휴식을 취하는 레스팅 데이를 가질 생각이다. 친구들과 멀어지는 것이 아쉽지만 나는 약속했다. 내가 얼른 무릎을 회복해서 꼭 따라잡겠다고. 멀지않은 시일 내에.

    팜플로나 맛집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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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플로나 맛집 추천

    *Mesón de la Tortilla
    위치 : C. Navarrería, 12, 31001 Pamplona, Navarra

    팜플로나 도착 직후 간단하게 밥먹기 좋은 식당. 카드결제 가능.

     

    *La Mandarra de La Ramos

    위치 : C. San Nicolás, 9, 31001 Pamplona, Navarra

    전체적으로 밝고 깔끔한 타파스&핀초 레스토랑. 가성비도 나쁘지 않음. 카드결제 가능.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1일차 (생장-론세스바예스)

    새벽 5시 아침잠 없는 어른들이 많았던 우리 알베르게는 이른 새벽부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어 플러그로 노이즈캔슬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에서 깼으니.... 어제 먹다 남은 샌드위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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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2일차 (론세스바예스-주비리)

    알베르게에서 기상 후 친구들과 함께 어제 저녁식사를 했던 곳으로 아침을 먹으러 간다. 루카, 매넌, 마노스. 식빵에 햄, 치즈, 파운드케이크, 버터, 잼, 꿀 등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음료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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