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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역시나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계획대로 라면 오늘 판시판산 정상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첫 차에 타고 싶었지만 몸이 좋지 않아 너무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일어나 1층에 조식을 먹으러 갔다. 빵과 잼, 버터, 계란, 각종 야채와 볶음밥까지. 조식 수준은 나쁘지 않았다. 가볍게 배를 채우고 이제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오늘은 사파에서의 둘째 날. 다른 숙소에 머물기로 했다. 시내와 조금 떨어진 곳에 조용한 곳을 예약했다. 그래서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지고 판시판 산에 오를 예정이다.
먼저 사파 선플라자 내 사파 스테이션에서 므엉호아 푸니쿨라역으로 모노레일을 타고 간다. 아침 9시가 조금 안된 시각이었는데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도 줄을 서고 내 차례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줄은 빨리 빠졌다. 모노레일에 탑승을 하고 나는 뷰가 잘 보이는 왼쪽 편에 자리를 잡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깟깟마을을 보며 약 10분 정도 갔다.
하노이-사파 슬리핑 버스 / 사파 판시판 케이블카 예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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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니쿨라역에서 내려서 케이블카를 타는 호앙리엔 역까지는 걸어가야 한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중간중간 포토스팟을 꾸며 놓기도 하고 간단한 간식을 살 수 있는 매점도 있었다. 나는 관심 없고 곧장 케이블카를 타는 역으로 향했다. 케이블카 줄이 길었지만 빨리 빠졌고, 드디어 케이블카를 탔다. 세상에서 가장 긴 3줄 케이블카로 기네스에 등재된 케이블카 라고 한다. 얼마나 길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진짜 길었다. 안개와 구름이 가득한 뷰를 보며 한동안 계속 올라갔다.
판시판 산의 맑은 정상을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한 치 앞도 안보이는 짙은 안개와 구름 탓에 역시 쉽게 볼 수 없는 거구나 생각하며 30분쯤 올라갔을까.
케이블카가 구름 위로 올라오며 햇빛이 쏟아졌다. 케이블카에 타고 있는 사람 모두가 우와~ 라고 감탄을 내뱉는다. 뭉게뭉게 깔린 구름 사이사이로 산봉우리들이 조금씩 삐져나와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에 핸드폰을 들어 사진과 동영상으로도 많이 담았다.
케이블카 도착지점에 내려 이제 판시판 정상까지는 걸어올라가야한다. 물론 정상 바로 밑까지 올라가는 작은 모노레일이 있지만, 나는 처음부터 걸어올라 가려했다. 눈을 뗄 수 없는 풍경과 하늘, 이 높은 곳까지 어떻게 날랐을지 의문인 거대한 불상과 사원, 전시물들. 흡사 영화 쿵푸팬더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판시판산 정상까지는 생각보다 꽤 걸어가야 했다. 전부 계단 길이라 조금 힘들었지만 걸을 만했다. 중간중간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도 꽤 있다. 나는 앉아서 쉬는 것보다 서서 쉬는 걸 택했다. 난간을 잡고 경치를 보고 있으면 진짜 여기가 무릉도원, 천국인가 싶은 풍경이 펼쳐졌으니 말이다. 중간쯤 다 달았을 때부터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다. 판시판산 정상은 꽤 춥다고 들었는데 그 핑계로 한국에서 경량패딩을 하나 샀었었다. 핑계만 좋은 쇼핑이었다. 외투를 벗고 천천히 올라갔다.
마침내 도달한 판시판산 정상 높은 첨탑 조형물 끝에는 베트남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나는 핸드폰 셀카로 이 순간을 기념했다. 사방이 탁 트인 정상의 4면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과연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붕이라 불릴만하다.
대략 30분쯤 감상하다가 다시 발길을 돌렸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러 내렸는데 아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판시판산 정상 쪽으로 오르고 있었다. 내려가는 케이블카는 많이 한산했다. 다시 안개마을 사파로.... 올라온 것의 역순으로 되돌아와서 사파 선플라자를 빠져나왔다.
베트남 사파 2박3일 여행 코스 및 맛집/카페 추천 (2일차 - 판시판 케이블카, 로컬맛집, 철갑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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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깜빡한 것이 있었다. 사파로 가는 슬리핑버스에서 비몽사몽 내린다고 내 목베개를 버스에 두고 내린 것이다. 그리고 또 어제 마사지받는다고 뺐던 목걸이고 깜빡하고 마사지샵에 두고 왔었다. 마사지샵을 다시 방문하여 어제 마사지를 받았는데 목걸이를 두고 갔다고 하니 다행히 잘 보관하고 있었다. 감사 인사를 하고 빠져나와 일단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마사지샵 근처에 있는 로컬 식당으로 사람은 별로 없고 한산했다. 나는 쌀국수와 꽈이를 시켰다. 한국에서 스트리트푸드파이터 하노이 편을 보는데 백종원 선생님이 쌀국수와 꽈이를 같이 먹는 것을 보고 궁금했었다. 쌀국수 국물에 찍어먹던데 맛은 시장에 파는 꽈배기 도넛에 설탕을 안 바른 맛. 식감은 바삭하면서도 기름진 맛이다. 맛있는 한 끼를 하고 아침에 체크아웃했던 사파리스 호텔로 갔다.
리셉션 직원에게 부탁하여 사파 샤오비엣 사무실에 연락할 수 있었다. 어제 내가 탄 버스 기사님이 운전 중이라 아직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 좀 있다가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한다. 리셉션 직원과 나는 왓츠앱을 교환하고 그에게 꼭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흔쾌히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고, 나는 다시 길을 나섰다.
오늘 새로운 숙소에 가기 전에 잠시 카페에 들렀다. 작은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였고, 강아지와 고양이가 되게 많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나는 운 좋게 마당 한 복판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바나나 케잌을 하나 시켜 마당에 식물들을 보며, 고양이와 놀며 시간을 보냈다. 1시간 동안 멍도 때리고, 하노이에 가볼 만한 곳도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다 숙소로 갈 그랩을 불렀다. 지도에서 봤던 것보다 꽤 멀리 간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도 간간히 지나며 도착한 2일 차 숙소 사파 Rosie House. 리셉션에 들어가서 체크인을 진행했고, 직원이 나를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방갈로 형식으로 된 Rosie House는 단독으로 작은 오두막 같은 집을 사용할 수 있어 굉장히 프라이빗하다.
방에서 짐을 간단히 풀고 주변 산책을 나섰다. 숙소를 빠져나와 보이는 촌길을 그냥 무작정 걸었다. 간간히 오래된 상점이 보이지만 영업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안개로 가득한 사파를 혼자 조용히 거닐다가 다 쓰러져가는 창고 같은 곳에서 기념품을 파는 곳이 보였다. 어린 소녀가 앉아 있었고, 그녀는 나에게 어머니가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라고 소개했다. 마음에 드는 패브릭을 골라 얼마냐고 물으니 생각보다 높은 금액이었다. 얼마까지 깎아줄 수 있냐고 물으니 수줍게 그냥 웃는다. 나는 거의 반값의 금액을 부르자 흔쾌히 그 가격에 들고 가란다. 불쌍해 보이는 소녀를 상대로 흥정했다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녀도 흔쾌히 팔았으니 서로 좋은 거래였음은 맞는 것 같았다. 패브릭을 사니 팔찌 중에 하나 마음에 드는 걸 고르란다. 공짜로 준다고 한다. 나는 고심 끝에 하나를 골라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잠시 누워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아보았다. 오늘은 사파에서의 마지막 밤이니 특별한 음식이 뭐가 있을까 보는데 그중 철갑상어 요리가 눈에 띄었다. 사파 시내에 철갑상어 요리하는 식당을 찾아보니 전부 2인 이상 메뉴로 조금 부담스러웠다. 특히 핫팟(Hot Pot)이라고 해서 우리나라로 치면 샤브샤브, 전골 같은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어렵게 철갑상어 구이를 파는 식당을 하나 찾을 수 있었고 구글 지도에 저장해 두었다.
그리고 사파리스 호텔 리셉션 직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잃어버렸던 목베개를 사파 샤오비엣 사무소에 보관 중이라고 한다!! 너무 반가운 소식에 바로 그랩을 불러 샤오비엣 사무소로 갔다. 사무소에 들어가 목베개를 찾으러 왔다고 하니 어제 탑승했던 버스표를 보여달라고 한다. 다행히 버리지 않고 보관 중이어서 직원에게 보여주었고, 2층으로 나를 안내했다. 거긴 수많은 목베개 분실물들이 있었고, 그중에서 내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홀가분하게 저녁을 먹으러 사파 호수 쪽으로 길을 나섰다.
봐두었던 식당 앞에 도착해 입구 앞에 스탠드로 세워둔 메뉴판을 보았다. 메뉴를 유심히 보고 있으니 식당 안에서 직원이 나온다. 철갑상어를 먹고 싶다고, 근데 구이를 파냐고 물으니 메뉴판을 가리키며 있다고 한다. 오케이. 나는 2층으로 안내받아 올라가서 자리에 앉았다. 내부 인테리어가 다소 팬시해보이는 것이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인 듯했다. 나는 스프링롤과 철갑상어 구이, 맥주를 주문했다. 스프링롤이 먼저 서브되었고, 맥주와 맛있게 먹었다. 철갑상어 구이는 생각보다 나오는데 오래 걸렸다. 비주얼은 꽤나 먹음직스러웠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데도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앞서게 하는 비주얼. 하지만 한 입 먹고 나서는... 음.... 카레가루를 입혀 구워내었는데 왜 카레가루를 입혔는지 알 것 같았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맛이 좀 있었고, 가시뼈도 되게 억세었다. 혹시나 가시를 잘못 삼키지 않을까 가시를 잘 발라 먹어야 했고, 비린맛을 없애기 위해 소스에 찍어 먹어보아도 힘든 음식이었다. 같이 서브된 야채와 파인애플을 곁들여 쌈을 싸 먹으니 그나마 괜찮았다. 야채와 파인애플을 다 먹고는 식사를 중단했고, 조금 남겼다. 성공적인 시도라고는 못하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 했다 치자.
식당을 나와 건너편에 호떡 같은 걸 파는 가게가 보여 기웃거렸다. 그래도 마지막 밤인데 아쉬운 마음에 기름에 막 튀겨 나온 그 호떡 같은 것과 슈퍼에서 맥주를 한 캔 사서 숙소로 가는 그랩을 불렀다. 밤에 숙소로 가는 길은 꽤 위험해 보였다. 중간중간 가로등이 없는 도로에서는 기사님이 쌍라이트를 켜며 운전해야 할 정도로 어두웠다. 다행히 무사히 숙소에 도착해 잘 준비를 하고 맥주 한 캔과 아까 산 호떡으로 마지막 날 밤의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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