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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때 메었던 가방을 다시 메고 허리끈을 조이니 기대와 설렘이 몰려왔다. 그 전에 짐을 챙길 때만 해도 딱히 큰 감흥은 없었는데 말이다. 크리스마스고, 연말이고 해서 공항이 붐빌 것 같아 조금 일찍 서둘러 나왔다.
공덕역에서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다. 설렘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그 곳에 다시 왔다. 내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짐 검사까지 마치고 내가 탈 비행기가 있는 게이트로 갔다. 면세점에서 담배 한 보루도 사고 이제 비행기 타기 전 저녁을 먹을 것이다. 아워홈 푸드코트가 있어 들어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음료 쇼케이스를 보니 소주가 있다. 된장찌개+불고기 정식 같은 것과 소주를 시켜 밖에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여기선 뭔들 맛이 없겠는가 라는 생각도 든다.
밥을 먹고 커피 한 잔을 사서 게이트로 가니 곧 탑승이 시작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가는 것이 신기했다. 나도 그들 틈에 섞여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행히 지연없이 제 시간에 출발했고, 술 기운에 골아떨어졌다. 얼마 되지 않아 잠에서 깼다. 기내식이 나오는 시간이었다. 한식과 양식 중 나는 양식을 골랐고 맛은 그저그랬다. 배를 채우고 다시 눈을 붙이려고 하는데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다운받아온 영화를 보며 시간을 죽였다. 그리고 도착한 하노이. 제 시간에 잘 도착하였고,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데 줄이 생각보다 꽤 길었다. 사파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쌀국수를 하나 먹고 싶은데 다행히 시간은 충분할 듯 하다.
무리 없이 하노이 공항 입국장으로 나올 수 있었다. 담배를 태우기 위해 밖으로 낚는데 수많은 택시 기사들이 나에게 붙어 호객을 한다. 나는 한사코 모두 거절하고, 구석에서 담배를 태우며 사파가는 슬리핑 버스 시간을 다시 한번 체크했다. 베트남 북부라 그런지 한국의 초가을 날씨쯤 되는 기온이다. 다시 공항 안으로 들어가 식당으로 가서 따뜻한 쌀국수와 맥주 한캔을 주문했다. 쌀국수를 맛있게 헤치우고 밖으로 나와 17번 기둥에서 좀 기다리니 샤오비엣 이라고 적힌 봉고차가 한 대 선다. 기사에게 이름을 말하니 노트에 수기로 적은 예약자 리스트에 표시를 하고 봉고차에 탑승시킨다.
봉고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 나와 5분 정도만 가니 샤오비엣 사무소가 있었다. 그곳에 내려 예약한 내역을 보여주고 티켓을 끊고 기다렸다. 나는 23시 5분 버스인데 조금 일찍 왔다. 그렇게 내 앞의 버스를 3대 정도 보낸 것 같다. 내 버스는 11시 20분쯤 도착했고, 큰 배낭은 짐칸에, 작은 백팩은 중요한 것과 필요한 것만 담아 버스에 들고 탔다. 특이하게 신발을 벗고 탄다. 내 자리는 운전석 바로 뒤 2층. 자리를 잡고 커텐을 쳤다. 나름 아늑한데?? 물도 한병 있고, 담요도 있고 전반적으로 깨끗했다. USB단자에 핸드폰 충전선을 꼽고, 편한 바지로 갈아입고 잘 준비를 한다.
그런데 큰 키가 원망스럽게도 자리가 비좁다. 나는 다리를 구부려 누워가다가 요령을 터득해 브스듬히 몸을 틀어 내 키에 딱 맞게 몸을 끼워넣을 수 있었다. 감기 기운이 있어 약을 먹었는데 그 덕인지 잠이 쏟아졌다. 중간에 휴게소에 한번 들린 것 같은데 나는 그냥 냅다 자버렸다.
하노이에서 사파로 가는 슬리핑 버스는 'VEXERE' 어플을 통해 쉽게 예약할 수 있다. 나는 편도 36만동. 한화로 약 18,000원에 예약했다.
그리고 도착한 사파.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버스를 나왔다. 제법 쌀쌀하다. 비몽사몽 큰 배낭에 있던 패딩을 꺼내 입었다. 새벽 5시가 조금 안된 시각인데도 택시 호객꾼이 있다. 참 부지런하지. 호객을 고사하고 나는 일단 호수 쪽으로 걸어갔다.
사파의 새벽 공기를 마시며, 적막한 길거리를 걷는다. 따뜻한 쌀국수 한 그릇할 식당이 있을까 하고 식당가를 기웃거리는데 보이지 않는다. 전날 크리스마스라 밤새 술 마시고 노는 식당은 몇몇 보인다. 일단 예약한 호텔로 향했다. 로비엔 나처럼 갈 곳 없는 이들이 피곤에 찌든 채 조용히 핸드폰을 보거나 쪽잠을 자고 있었다. 나도 앉아서 기다릴까 하다가 호텔 로비 난방이 되지않아 다시 나와 아까 지나왔던 식당가로 향했다. 마침 불이 켜져있는 노점을 발견했는데 도로 가에서 설거지 중이다. 그들에게 다가가 쌀국수를 먹을 수 있냐고 물으니 자리에 앉으란다. 아 다행이다..... 배낭을 내려놓고 담배를 태우고 있으니 김이 모락모락나는 쌀국수가 나왔다. 사파에서의 첫 끼가 이렇게 눈물서리고, 간절한, 그리고 따뜻한 쌀국수라니. 후룩후룩 정신없이 면치기를 시작했다. 든든히 속도 채우고, 40,000동 값을 치르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안개가 많이 끼였지만 아까보단 조금 밝아졌다. 호텔 로비에 늘어져있는 사람들 틈에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폰을 좀 보다가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고 있으니 호텔 직원들이 조식 준비를 하느라 움직인다. 리셉션에도 직원이 자리를 잡았고, 나는 큰 배낭을 맡기러 직원에게 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리 체크인이 가능한지 물어봤지만 역시나 불가능했고, 큰 배낭만 리셉션에 맡기고 다시 사파 시내로 나갔다.
먼저 근처 카페로 향했다. 아직 이른 새벽이라 현지인들만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코코넛 커피와 크로아상을 주문하고 2층 창가에 앉았다. 달달한 커피와 부드러운 크로아상이 잠을 조금 달아나게 해주었다. 나는 이제 깟깟마을에 갈 생각이다. 사파 시내에서 깟깟마을까지 보통 그랩이나 오토바이로 많이 이동하는데 나는 걸어서 갔다 올 것이다. 구글 맵을 켜고 시내를 약간 벗어나자 내리막 길을 쭉 내려간다. 가는 내내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호객를 하는데 한사코 거절하며 간다. 깟깟마을로 가는 길에 전망이 좋아보이는 카페가 많다. 나중에 올라올 때 가봐야지. 일단 난 곧장 깟깟마을로 향한다. 깟깟마을 입구 옆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먼저 구매하고 표 검사를 한 뒤 들어갈 수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많이 없어 구경하기 좋았다.
깟깟마을에 처음 입장하게 되면 좁은 계단을 쭉 내려가는데 계단 양 옆으로 기념품샵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모두 하나같이 호객을 하며, 판매하는 아이템 또한 거의 동일하다. 많이 상업화가 되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별로였다. 그치만 이 구간만 지나면 괜찮아 지리라 생각하면서 계속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표지판을 보고 폭포와 물레방아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이제 좀 트레킹 코스 같은 길이 나왔다. 잔잔한 계곡이 흐르고 그 안에서 빨래하는 여인도 있었다. 관광객이 거의 없어 구경하기 좋았다. 다리를 건너 계곡 건너 편으로 갔다. 깟깟마을 흐몽족 사람들이 전통가옥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일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 자수를 놀고 있는 사람도 있고, 실을 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마을회관 같은 건물에 들어가보니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며 놓은 것이 꽤 귀여웠다. 짧은 트레킹을 마치고 이제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깟깟마을은 입구와 출구가 다르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짧았던 깟깟마을 투어를 마치고 다시 사파 시내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거라 길이 어렵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 깟깟마을갈 때 봐두었던 카페 한 곳을 들어갔다. 손님은 한 팀 정도 있어 조용한 줄 알았지만 어떤 외국인 애기가 떼를 쓰며 울고 있는 일가족이 있었다. 일단 창가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본다. 메뉴가 꽤 많았는데 그 중에서 브랙퍼스트 반미 라는 메뉴가 있길래 그것과 오렌지주스 한 잔을 주문했다. 창 밖으로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사파를 보며 멍 때리고 있자 이내 음식이 나온다. 내가 생각했던 반미와 많이 다른 비주얼이다. 바게트 안에 각종 야채와 고기류가 있는 샌드위치 같은 걸 생각했었는데, 커다란 접시에 재료들 전부 따로따로 놓여있었다. 저렴한 이유가 있었다. 잘 모르고 시킨 내 잘못이지. 그래도 오렌지주스는 시중 제품이 아닌 착즙으로 내어주어 좋았다. 꾸역꾸역 허기만 달래고 빨리 그 곳을 빠져나왔다.
한국에서 찾았던 사파 맛집이라는 곳을 가려고 곧장 그 쪽으로 향했다. 구글 평점과 리뷰 수가 꽤 좋았다. 이른 시각이라 손님이 몇 팀 없었다. 나는 메뉴를 보고 반쎄오와 모닝글로리, 그리고 맥주를 시켰다. 베트남 사파는 겨울이 꽤 추운데도 난방시설이 되있는 곳이 많이 없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밖에 담배를 태우러 나갔는데 안과 밖의 온도 차가 거의 나지 않는다. 맥주가 먼저 서브되고, 이내 김이 모락모락나는 반쎄오와 모닝글로리가 서브되었다.
베트남 사파 2박3일 여행 코스 및 맛집/카페 추천 (1일차 - 깟깟마을 트레킹, 마사지, 사파 시내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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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께 반쎄오 먹는 법을 물어보니 직접 손으로 한쌈 싸주셨다. 소스에 찍어먹으니 아주 맛있었다. 같이 시킨 모닝글로리는 밥 한 공기와 같이 나왔고, 마늘과 함께 볶아 한국인 입맛에 아주 딱이었다. 안그래도 밥 생각이 조금 나려던 찰나에 모닝글로리도 아주 맛있었고, 반가웠다. 맥주를 2병을 마셨던 몸살 기운이 조금 있지만 이깟 몸살때문에 나의 여행을 망치고 싶진 않았다. 하나도 남김없이 먹고 계산을 하려고 하니 사장님이 나와 음식은 어땠냐고 물었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고맙다고 답했다. 사장님은 음식과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다면 구글 리뷰를 써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구글 지도에 이 식당의 평점과 리뷰가 좋은 이유를 알았다.
기분 좋게 식당을 나왔지만 아직 호텔 체크인 시간까지는 시간이 아직 좀 남았다. 마사지나 받을까 해서 마사지샵을 찾아보았다. 구글 지도에는 영업중 이라고 되어있지만 문을 닫은 곳이 많았는데 그 중 영업중인 곳을 한 곳 찾아 들어갔다. 손님은 아무도 없었고, 내가 첫 손님인 듯 했다. 친절한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웰컴티와 쿠키를 먹으며 조금 쉬다가 환복을 하고 마사지 체어에 앉았다. 얼마되지 않아 2층에서 직원 분이 내려온다. 다소 왜소해 보이는 체격의 마사지사 분이었는데 잘 하실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발, 목, 어깨 마사지를 신청했고 먼저 발을 씻겨 주셨다. 발 마사지부터 시작. 걱정했던 것과 달리 마사지사는 손 힘이 상당하셨으며, 만족스러운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40분 정도 시원한 마사지를 받고나서 이제 진짜 숙소에 체크인으로 하러 향했다.
12시가 조금 안된 시각. 아직 내 방이 준비되지 않아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한다. 12시 10분쯤 되어서야 예약한 방으로 갈 수 있었다. 내가 첫째날 묵은 사파리스 호텔은 다소 언덕에 위치해 있으며, 뷰가 생각보다 아주 좋았다. 안개가 잔뜩 꼈지만 그래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발코니에서 흡연도 가능하다고 하니 가산점 +50점. 먼저 큰 짐들을 풀고 몸살기운을 걷어내기 위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뜨거운 물로 지지고 나니 한결 괜찮은 느낌이다. 한국에서 가져온 감기약을 한알 먹고 낮잠을 잤다.
알람을 맞추고 잤지만 무시하고 끄고 다시 잠든 바람에 깜깜해져서야 다시 일어났다. 그래도 약먹고 자고 일어나니 한결 몸이 나아진 기분이다. 저녁을 먹어야할 것 같아 구글맵을 보다가 호텔에서 얼마 안떨어진 곳에 괜찮은 식당을 찾아 그 곳으로 향했다. 약간 팬시해보이는 식당으로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섞여 자리하고 있었으며, 나는 그 곳에서 분짜&스프링롤 세트와 맥주를 주문했다. 손님이 많아 음식은 조금 늦게 나왔지만 맛은 아주 좋았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나와 사파 호수 쪽으로 걷다가 오늘 새벽에 도착하자마자 쌀국수를 먹었던 식당으로 갔다. 영업 중이었고, 손님도 꽤 있었다. 배가 불렀지만 나는 이른 새벽에 따뜻한 쌀국수 한 그릇을 팔아준 은혜에 보답하려고 좀 더 팔아주고 싶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주인 아주머니께 오늘 새벽에 감사했다고 인사를 하고, 볶음밥과 돼지고기, 소고기 종류의 꼬지를 주문했다. 맥주말고 다른 술 종류는 없냐고 물어보니 생수병에 든 정체 모를 술을 보여준다. 호기심이 발동해 일단 달라고 했다.
TV에는 베트남과 싱가폴의 미쓰비시컵 축구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동네 청년들은 축구를 보면서 해바라기씨 같은 걸 까먹고 있다. 나도 뒤에서 음식을 먹으며 같이 축구경기를 보았다.
정체모를 술은 마셔보니 약간 담금주 같은 컬러와 맛이 났다. 무튼 알콜이 든 술임은 분명했다. 소주보다는 도수가 센 듯 했다. 볶음밥에는 야채만 있어 육고기 꼬지류와 같이 먹으니 아주 궁합이 좋았다. 배가 불렀지만 천천히 다 먹으려 애썼다. 마지막으로 값을 치르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호수 변을 천천히 걸으며 다시 호텔로 향했다. 길었던 사파에서의 첫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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