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일기
폰페라다는 생각보다 꽤 큰 도시였음을 오늘 도시를 빠져나오면서 알게 되었다. 어제는 알베르게 주위만 돌아다녀 잘 몰랐다. 멋진 성과 성당도 많았고, 낮에 보면 더 예뻤을 공원도 지나친다.
첫번째 마을은 아직 오픈한 가게가 없어 그냥 지나치고, 두번째와 세번째, 네번째 마을에서는 연달아 자리를 잡고 조금 쉬었다. 빵도 먹고, 또르띠아도 먹고 조금 비쌌지만 애플파이도 먹었다. 쉬는 동안 지나쳤던 순례자들을 계속해서 뒤따라 잡았다. 오늘 내가 가려는 알베르게는 정원이 넉넉하지 않다. 이제 속도도 예전만큼 나겠다, 크게 무리하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걸어도 충분히 점심 때쯤 도착할 수 있다. 촌길을 걷는데 옆으로 포도밭이 많이 보인다. 아마 전부 와인이 되겠지.
비야프랑카는 산 속, 산 중턱에 위치한 마을이다. 그런데도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커서 놀랐다. 오늘도 알베르게 체크인을 하고 샤워 후 빨래를 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을 겸 동네 구경에 나섰는데 산속에 있는 동네라 그런지 계단과 경사로가 꽤 많다. 많은 순례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듯 했다. 나는 일단 광장으로 나가 식당들을 보다가 구글맵에서 평점이 가장 괜찮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메뉴를 보니 가격대가 조금 있어서 와인 한 잔과 작은 핀초 하나를 먹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좀 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자 천막을 치고 좌판들이 열려 있다. 오늘이 장날인가보다. 그런데 분위기를 보니 파장하는 분위기다. 얼른 상인들이 판매하고 있는 물건들을 스캔한다. 딱히 지금 당장 살껀 없고 실팔찌 하나를 1유로에 샀다. 그리고 통닭구이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반마리에 4.5유로 라고 한다. 고민 끝에 꾹 참았다. 그리고 '디아' 라는 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내일 가는 마을에 식료품점이 없어서 오늘 점심과 내일 먹을거리를 미리 사려는 것이다. 빵과 레토르트 식품, 초리소와 맥주를 사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마트에서 산 레토르트 라자냐를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빵을 먹을만큼 잘라서 맥주와 함께 조촐한 점심식사를 했다.
낮잠을 한숨 자고 일어나 알베르게 저녁식사 전 먹을 만한게 있을까 해서 구글맵을 보다가 그냥 밖으로 나왔다. 또 광장을 한바퀴하고, 알베르게 근처 식당에서 맥주와 또르띠아를 하나 먹었다. 또르띠아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와 저녁시간까지 내일 걸을 루트와 일정을 확인하고 밀린 일기를 쓴다. 침대에 누워있으니 종소리가 들린다. 저녁시간이다. 오늘 묵는 비야프랑카 알베르게의 저녁시간은 8시부터다.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늦는 편이지만 나는 크게 상관없다. 다른 순례자들도 조르르 들어와 다리를 따닥따닥 붙여 앉는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서로 인사를 하고 스몰토크를 시작한다. 내 맞은 편에는 이탈리아 아줌마 2명이 앉았고, 옆에는 일본인 아저씨가 앉았다. 일본인 아저씨는 어제 폰페라다에서 같은 알베르게에 묵었었다.
통성명을 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커다란 팬에 만든 파에야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환호한다. 순례자들이 수저와 접시를 차례 차례 옆으로 넘기며 세팅을 한다. 그리고 모두 다같이 일어나 옆 사람의 손을 잡고 식전기도를 올린다. 스페인어라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이탈리아 아주머니 얘기로는 우리의 까미노 여정에 축복과 안녕을 기원하며 끝까지 완주하길 바란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리고 호스트 아저씨가 파에야를 접시에 덜어주고 파에야가 담긴 접시를 옆으로 착착 넘긴다. 맛있어 보인다. 그치만 이게 10유로 라고? 걱정도 잠시 샐러드와 빵도 등장했다. 나는 파에야와 샐러드를 흡입하듯이 허겁지겁 해치웠다. 호스트 아저씨가 뒤늦게 와인도 내어주신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한 잔으로도 충분했다. 파에야를 한 접시 더 먹었다. 그렇게 앉아 얘기를 나누다 다같이 뒷정리를 하고 슬슬 잘 준비를 한다. 나는 전날 고프로 영상 백업도 하고 노트북 충전도 시킬 겸 식당에 계속 머물렀다. 나는 호스트 아저씨에게 언제 집에 가냐고 물으니 나를 불러 자기 집을 보여준다. 순례자 숙소 위에 다락처럼 위치해있는 곳이 자기 집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가 이 알베르게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고 꾸몄다며 여기 저기 보여준다. 한평생 여기서 순례자들의 안식처를 제공하는 일이 어떤지 궁금했지만 꾹 참았다. 분명 그만의 신념과 행복이 이 곳에 있으리라. 호스트 아저씨에게 파파고 번역기를 돌려 너무 고마웠다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 예정이라 못볼 수도 있을꺼 같으니 아픙로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말했다. 그가 내일 아침을 먹고 가라고 말해준다. 얼마나 일찍 아침을 준비하는거지? 일단 알겠다고 한다. 영상 백업할 것이 많아 오늘은 11시가 다되어 잠에 든다.
2.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 알베르게 추천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는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 촬영지로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마을이다. 내가 묵었던 알베르게는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 마을 입구 쪽에 위치해 있다. 전반적으로 시설이 깨끗하지는 않다. 다소 히피스럽고 보헤미안스러운 곳이며, 주인 호스트 분도 그러하다. 화장실과 빨래하는 곳이 조금 더럽다. 침대는 10유로, 저녁 식사도 10유로. 자세한 리뷰는 상단에 위치한 구글 맵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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