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일기
새벽 6시. 아스토르가 알베르게를 나섰다. 오늘은 계속 오르막길을 오르는 코스이다. 약 25km 정도. 까미노 순례길에서 유명한 '철의 십자가' 직전 마을인 폰세바돈으로 간다. 규모가 큰 마을은 아니지만 부엔 까미노 어플을 보니 작은 마을에 알베르게가 꽤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마을 끝에 위치한 도네이션으로 운영하고 있는 알베르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레온 이후부터 순례자가 많이 늘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발 후 첫번째 마을에는 문을 연 가게가 없어 그냥 지나쳤고, 두번째 마을에서는 카페 꼰레체와 크로아상을 하나 먹었다. 먹으며 쉬고 있으니 꽤 많은 순례자들이 지나쳐간다. 나는 조급함을 느끼고 얼른 먹고 다시 출발한다. 오늘 묵을 폰세바돈 알베르게는 예약을 받지 않고 규모도 작아서 약간 불안하다. 아직까지는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만 계속되고 있다. 세번째 마을에 들어섰다. 9시쯤 되었을까. 까미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 또르띠아를 먹고 싶어 카페이 들렀다. 마요네즈까지 뿌려먹었더니 역시나 맛이 아주 좋다. 먹고 있으니 작은 소형버스에서 단체관광객이 우르르 내린다. 또 불안해져서 급히 또르띠아를 헤치우고 자리를 뜬다. 아마 내가 묵는 폰세바돈으로 가진 않겠지? 여기서 폰세바돈까진 거리가 너무 짧잖아? 무릎과 아킬레스건이 많이 나아져 이제 다치기 전의 속도만큼 내는 것도 가능하다. 앞서 가던 순례자들을 하나둘씩 제친다. 그리고 도착한 폰세바돈 직전 마을인 라발 데 까미노.
거기 앉아서 쉬고 있는데 전에 만났던 말많은 영국인 아저씨를 만났다. 그는 폰세바돈에 사람들이 많이 갈꺼 같아 이 마을에 머문다고 한다. 인사를 하고 마을 빠져나와 벤치 잠시 앉아 사과를 하나 먹었다. 앞으로 약 5km 정도 조금 급한 경사로가 계속 될 예정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피레네를 넘었다. 초반에 극한 난이도를 체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오르막을 올라가기 시작하자 이전과 다른 풍경들이 보인다. 마치 까미노 첫날 생장에서 론세스바예스를 가던 길과 비슷하다. 그때 그 날처럼 날씨도 흐리고 구름도 낮게 떠 있다.까미노를 처음 시작하던 그 날과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걷는 동안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아직 이렇다 하는 점이 떠오르지 않는다. 피부가 많이 탄 것은 분명하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오니 오늘의 목적지인 폰세바돈이 보인다. 마을 입구 길 중앙에 떡 하니 있는 십자가가 꽤 멋있어 보인다. 나는 오늘의 알베르게로 향한다. 마을의 가장 위쪽 끝에 있는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이미 한 커플이 도착해 있었다. 전날 아스토르가에서 옆 침대를 썼던 친구들이다. 인사를 하고 통성명을 했다. 2시 체크인이라는데 1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구름이 잔뜩 끼여있고 지대가 높다보니 땀이 금새 식어 추워진다. 벗었던 겉옷을 다시 입었다. 다른 순례자들고 하나둘씩 속속 도착한다. 이내 체크인이 시작되고 짐을 풀고 곧장 샤워를 하러 갔다. 다행히 따뜻한 물이 잘나왔다. 몸을 노곤노곤하게 녹이고, 오랜만에 긴 바지를 꺼내 입었다. 빨래는 오늘 날씨가 좋지않아 내일로 미루고 마을의 식당으로 향했다. 괜찮아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 보카디오와 레드와인을 한 잔 시켰다. 구운 빵 안에 올리브유와 살라미를 넣은 간단한 보카디오였지만 맛이 아주 좋았다. 특히나 올리브유의 풍미가 빵과 살리미와 너무 잘 어울렸다. 간단하지만 든든하게 잘먹었다.
그리고 알베르게로 돌아와 낮잠을 청했다. 이젠 낮잠 자는 것이 하루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1시간 정도 잤을까. 다시 일어나 저녁 먹을 곳을 찾아본다. 알베르게 밖으로 나가니 또 비가 온다. 다행히 순례자 메뉴 델 디아를 파는 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오랜만에 먹는 델 디아. 기대되었다.
첫번째 음식으로 '그랜마 수프'를 시켰다. 예전에 마녜루에서 먹었던 콩수프이다. 오늘은 비도 오고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서 시켰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빵과 함께 국물도 남김없이 싹 비웠다. 두번째 음식으로는 양념 돼지갈비 같은 것을 시켰다. 이때까지 먹었던 델 디아 스테이크는 너무 간이 슴슴하고 퍽퍽하며 짠 맛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고추와 고기를 양념에 같이 구운 듯한 요리였다.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감자튀김까지.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레드와인은 1잔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15유로를 지불하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어제 못했던 고프로 영상 백업도 하고 내일 철의 십자가에 올릴 작은 돌도 하나 주웠다. 비가 와서 젖은 탓에 가방 옆에 말려두고 잠에 든다.
2. 폰세바돈 알베르게 추천
내가 묵었던 폰세바돈 알베르게는 폰세바돈 마을 제일 끝에 위치해 있다. 정원이 넉넉한 편이 아니고, 예약도 안되는 곳이라 조금 서둘러 도착했다. 이 알베르게는 도네이션으로 운영되는 곳이며, 시설은 조금 낡았지만 하룻밤 지내는데 크게 불편한 점은 못느꼈다. 다만 주방이 없어 해먹는 것을 좋아하는 순례자들이 이 곳에 머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리모델링은 했는지 깔끔한 편이며, 따뜻한 물도 잘나온다. 침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3. 폰세바돈 맛집 추천
폰세바돈에서 저녁식사로 순례자 메뉴를 먹었던 식당이다. 호스텔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순례자 메뉴는 15유로로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며, 맛은 나쁘지 않았다. 아래 메뉴판과 내가 먹었던 메뉴 사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와인이 한 잔만 포함되어있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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