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일기
오늘은 까미노의 명소 중 하나인 '철의 십자가'를 지나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전에 사두었던 레토르트 식품과 빵으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전날 주워 말려둔 돌에 내 소망을 적어 가방에 챙겼다. 오늘도 출발.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다. 헤드랜턴을 켜서 길을 비추며 앞으로 나아간다. 7시쯤 되었을까. 드디어 철의 십자가에 도달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되게 크고 높은 십자가였다. 십자가 주위로 수많은 돌들이 쌓여있다. 나도 폰세바돈 알베르게에서 내 소망을 적은 돌을 십자가 주위에 올려두었다. 우리 가족, 내 친구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자고 썼다. 아마 가장 쉬울 수도, 가장 어려울 수도 있는 소원이 아닐까. 기념사진도 몇 장 찍고 다시 출발.
어제 오르막을 계속 오르는 길이었다면, 오늘은 내리막길이 계속 된다. 부엔까미노 어플 상으로는 첫 번째 마을이라고 하지만 푸드트럭 하나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푸드트럭 옆에는 모닥불을 쬐며 쉴 수 있는 공간도 예쁘게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카페 꼰레체 한 잔을 시켜 바깥 경치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초코과자와 함께 커피를 마셨다. 쉬고 있으니 순례자들이 하나둘씩 푸드트럭에 들린다.
한동안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구간을 계속해서 걸었다. 오늘 비는 오지 않았지만 전날 온 비와 이슬맞은 풀들이 옷과 가방을 적셨다. 마침내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되는 구간에 도착했다. 조금씩 천천히. 내가 항상 하는 말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내리막을 조금씩 내려가고 있으니 날이 맑게 개기 시작한다. 내리막 중간중간 있는 마을에서는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가지 않고 벤치에만 앉아 잠깐잠깐 휴식을 가졌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뻔한 적, 바로 옆이 낭떠러지인 좁은 길도 있었지만 무사히 내리막을 내려올 수 있었다. 이제야 뭐 좀 먹을 식당을 찾는다. 또르띠아가 너무 먹고 싶어서 마을을 빠져나오기 전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 또르띠아와 카페 꼰레체를 하나시켜 그늘진 테라스에서 우걱우걱 먹었다. 감자 때문에 목이 좀 메었지만 맛은 좋았다.
이제 곧 오늘의 목적지인 폰페라다이다. 약 7km 정도 남짓. 배도 든든하게 채웠겠다 안쉬고 한큐에 갈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진짜 한큐에 도착했다. 오늘 알베르게는 17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아주 큰 알베르게이다. 내가 도착하였을 땐 아직 사람들이 많이 도착하지 않아 바로 체크인을 받을 수 있었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어제 날씨가 안 좋아 못했던 빨래와 오늘 빨래까지 합쳐 세탁기를 돌렸다. 볕 좋은 곳에 빨래를 널고 밖에 테라스에 앉아 쉬고 있으니 순례자들이 속속 도착한다. 한국인도 꽤 많이 보인다.
나는 점심 먹을 곳을 찾아보기 위해 알베르게 밖으로 나섰다. 식당이 몰려 있는 쪽으로 가다가 문이 열려 있는 어떤 바로 들어갔다. 메뉴를 보니 햄버거가 있었는데 가격도 꽤 괜찮았다. 햄버거와 맥주 큰 잔을 하나 시켰다. 수제버거 느낌의 큼지막한 버거를 허겁지겁 헤치웠다. 8유로 값을 치르고 이제 장을 보러 마트로 향했다. 오늘 알베르게에는 전자레인지가 없어 저녁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까 한다. 마트에서 초리소와 치즈, 맥주, 물, 사과를 구입하고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장 봤던 물건들을 정리하고 잠시 낮잠을 청했다.
1시간 반쯤 잤을까. 내가 배정받은 방 안에는 까미노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시차 적응을 못하고 있는 한국인 아저씨가 혼자 자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려고 주방으로 향했다. 낮잠을 자는 사이에 순례자들이 훨씬 많아졌고 시끌벅적했다. 인덕션 쪽으로 가보니 길에서 봤던 한국인 분들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인사를 하니 같이 먹잔다. 얼마 안 남은 음식을 내가 싹싹 긁어먹었다. 자기들 말로는 물회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삶은 오징어와 양파, 마늘, 라면 면, 와사비, 스리라차 소스 등을 넣어 만들었다고 한다. 먹을만했다.
나도 주방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빵을 갈라 엎어놓고 데웠다. 구운 빵 위에 아까 구입한 치즈가루와 초리소를 얹고 덮었다. 완성된 샌드위치를 맥주와 함께 챙겨 바깥 테라스로 향했다. 맛이 꽤 괜찮았다. 다음에도 이렇게 해 먹어야지. 샌드위치 하나로는 배가 차지 않았다. 뒷정리를 하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구글맵으로 저녁 먹을 만한 곳을 찾는데 딱히 없다. 흠..... 현금도 조금 더 찾고, 담배도 살 겸 일단 시내 쪽으로 나갔다. 아직 시에스타 시간이라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다. ATM에서 현금을 찾고, 담배도 산 다음 사람들이 적당히 앉아있는 바로 들어가 칼리모쵸를 한 잔 시켰다. 해가 기울면서 파라솔 테이블 밑에 있는 발을 일광소독해 준다. 내일 걸을 일정과 루트를 미리 숙지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밀린 일기도 조금 쓰다가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알베르게 테라스에 앉아있다가 우연히 한국인이 하는 대화를 엿들었다. 요 위에 케밥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한다. 바로 구글맵으로 검색하니 아직 영업 중이라고 한다. 오케이. 오늘 마지막 식사는 케밥으로 정했다. 다시 알베르게를 나서 케밥집으로 갔다. 가게에 들어가 메뉴를 보는데 맛과 양이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마침 가게 사장님이 배달 주문음식을 포장 중이었다. 나 이거로 주세요. 음료는 맥주로. 큰 접시에 샐러드와 감자튀김, 고기가 잔뜩 올려져 있었다. 조용한 케밥 가게에서 또 허겁지겁 먹었다. 마지막 케밥 만찬까지 아주 만족스럽게 마치고 이제 진짜 잠을 청하러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순례자가 많아 다소 시끄럽지만 그래도 잠을 청해 본다.
2. 폰페라다 알베르게 추천
내가 묵었던 폰페라다 알베르게는 수용인원이 170명 이상인 규모가 상당히 큰 알베르게이다. 기부제로 운영되는 알베르게이며, 샤워실, 화장실, 침실, 주방시설도 꽤 깔끔한 편이다. 전날 못한 빨래가 있어 세탁기를 이용했는데 세제는 자판기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세제 1유로에 2개가 들어있으며, 세탁기 이용료는 3유로. 자세한 시설 사진은 위에 첨부된 구글맵을 참고하기 바란다.
3. 폰페라다 맛집 추천
(1) 햄버거 맛집
폰페라다에서 첫 끼를 해결했던 바 이다. 햄버거 속재료는 수제버거처럼 신선한 야채와 갓 구운 페티와 베이컨이 들어가 있고,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각종 소스를 취향에 맞게 햄버거 안에 뿌려 먹는다. 맥주 큰 잔 하나와, 햄버거 하나를 먹고 총 8유로를 지불했다. 가게 내부도 깔끔하고 종업원도 친절한 편이니, 맨날 먹는 스페인 음식이 질릴 때쯤 여기 방문하여 햄버거를 먹어보는 건 어떨까.
(2) 케밥 맛집
이때 먹은 케밥 이후로 까미노를 걸으며 종종 케밥을 먹게 되었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양도 푸짐하며, 맛 또한 좋은 까미노 가성비 음식으로 케밥을 추천한다. 케밥 플레이트를 주문하면 아래 사진처럼 각종 소스와 오일도 서브되며, 고기와 샐러드를 싸 먹는 난과 밥 중에 하나를 고를 수도 있다. 탄단지를 골고루 갖춘 푸드, 케밥 정말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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