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일기
오늘은 레온까지 13km. 아주 가깝다. 그래서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조식도 먹었다. 커피와 빵에 버터와 잼을 발라먹었다. 3조각 정도 먹으니 든든했다. 어제 같이 저녁식사를 한 프랑스 아저씨 2명과 함께 먹었다. 약까지 먹고 7시에 출발. 출발할 때 해가 떠있으니 조금 낯선 기분이다. 레온으로 가는 길에 런던에 살고 있는 아이리쉬 아줌마를 만났다. 그녀는 이제 레온에서 까미노를 마무리 한다고 한다. 까미노를 걷는 동안 매일같이 똑같은 옷만 입는게 질려 레온에 도착하자마자 쇼핑을 하러 갈 것이라고 한다. 나도 동감한다. 서울에 있는 나의 옷들이 그립다. 대도시 레온에 입성하여 오늘 묵을 알베르게 쪽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츄러스 집이 있다고 하여 들렀다. 현지인들도 사먹을 만큼 인기있는 집이라 아침부터 줄이 꽤 길다. 나도 줄을 서고 내 차례가 되자 주인 아주머니가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한다. 4개에 1유로로 간식거리로 최고인 듯 하다. 막 튀긴 뜨거운 츄러스를 포장해 알베르게 오픈 시간까지 기다리며 먹을 생각이다.
레온 역시 여느 대도시와 비슷한 풍경이다. 높은 건물들과 자동차, 버스, 바빠 보이는 사람들. 가끔 이렇게 대도시 구경하는게 제일 재밌다. 알베르게는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했다. 나보다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는 사람도 몇 명있었다. 나도 의자에 앉아 아까 산 츄러스를 먹으며 체크인 시간을 기다린다. 이내 체크인이 시작되었고, 얼른 샤워와 빨래를 했다. 오늘도 볕이 좋아 빨래가 잘 마를 것 같다. 그리고 알베르게를 나서 레온 대성당으로 간다. 가는 길에 수많은 카페와 바, 식당들이 있다. 문을 연 가게에서 와인과 타파스를 하나 먹고 다시 대성당으로. 이전의 부르고스 대성당만큼 크지는 않지만 레온 대성당도 아름답고 웅장했다. 지나가는 여행객과 사진 품앗이를 했다. 대성당 바로 옆에 있는 기념품샵에 들렀다.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 팔찌를 몇개 샀다. 그리고 많이 떨어져 있지 않은 휴대폰 악세사리 상점에서 휴대폰 충전 케이블도 샀다. 계속 충전이 잘되지않아 골치 아팠는데 오랜 숙원사업을 하나 끝낸 느낌. 대도시에서는 작은 마을에서 살 수 없었던 필요한 용품들도 살 수 있으니 대도시 쇼핑리스트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여러모로 쇼핑을 한 후 스페인의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보티네스 저택으로 향했다. 레온 대성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건축적으로 무지해서 그런지 겉보기에는 크게 특별한 점을 느끼진 못했다. 레온 대성당과 보티네스 저택은 입장료가 있어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들어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레온 대성당은 오후 4시? 5시? 이후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쉽지만 다음에 왔을 때는 꼭 가보리라. 출출해져서 대성당 근처 식당을 어슬렁 거리다가 조금 한산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샐러드와 닭고기, 감자, 계란후라이가 들어간 플레이트를 주문하고 와인도 한 잔. 맛은 나쁘지 않았다. 슴슴하고 담백한 맛에 먹는 음식인 듯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가는 길. 이젠 볕이 제법 따갑다. 널어놓은 빨래를 한번 뒤집어 주고 낮잠을 청했다. 1시간 반 정도 잤을까. 식비를 아끼기 위해 오늘은 알베르게에서 해먹기로 마음을 먹었다.
밖으로 나가 뭘 먹을만한 식당을 찾았지만 시간이 애매해 거의 문을 닫았거나 카페나 바의 쇼케이스가 텅텅 비어있다. 그 중에서 어떻게 카페를 하나 찾아 타파스와 빵을 맥주와 함께 먹었다. 먹는 동안 알베르게 근처에 괜찮은 식료품점을 찾았고 그곳으로 향했다. 거기서 전에 만났던 한국인 모녀 분을 만났다. 그들도 오늘 레온에 도착했고, 내일까지 연박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에 또 만나자는 인사를 하고 장보기를 시작했다. 크로아상 빵과 사과 2개,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레토르트 라자냐와 파스타, 그리고 맥주를 1캔 샀다. 총 8유로 정도 나왔다. 곧장 알베르게로 돌아와 주방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라고 해봤자 전자레인지에 레토르트 음식을 조리하는 것. 처음 포장지를 딱 뜯었을 때 비주얼이 좀 이상했지만 맛은 꽤 괜찮았다. 양도 푸짐했고 남은 양념까지 빵으로 싹싹 닦아 먹었다. 뒷정리를 하고 침대로 돌아와 뭘 할까 하다가 배도 꺼뜨리고 산책할 겸 마지막으로 레온 대성당과 보티네스 저택을 한 바퀴 할까 해서 다시 알베르게를 나섰다.
천천히 산책하듯이, 해도 조금씩 저물어 간다. 그 무렵 대성당도 무척 예뻤다. 아까보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조티네스 저택 앞에 잠시 앉아 레온에서의 마지막 밤을 달랠 술을 한 잔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갑작스럽게 친구들을 만났다!!! 루카, 파비온, 피피, 클로디아였다. 반갑게 인사하고 나도 그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레온에 에어비앤비를 잡고 연박을 한다고 한다. 느긋하게 쉬면서 레온을 즐기다가 다시 출발하려는 것 같다. 피피와 클로디아는 자라에 쇼핑을 하러 가고, 나와 루카, 파비온은 같이 술 한잔할 바를 찾는다. 대성당과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어떤 일행을 만났는데 루카와 파비온은 반갑게 인사한다. 그새 친구들을 많이 사귄 모양이다. 그 일행들도 마침 일어나려던 참이었다고 같이 마시자고 한다. 열댓명 정도 우르르 몰려다니며 골목에 있는 한적한 바를 찾아 들어갔다. 나는 칼리모쵸 한잔을 시켰다. 스탠딩 테이블에 기대어 홀짝이다가 담배를 핑계로 밖에 나와 마셨다. 그러자 루카와 파비온도 따라 나왔다. 루카와 파비온도 꽤나 시끄러웠던 모양이다. 루카는 스틱을 사고나서 발목이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파비온은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바로 이탈리아로 돌아가 다시 일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안에 있던 무리들도 우리가 있던 밖으로 나왔다. 뭔가 음식을 먹고 싶은 눈치다. 나도 타파스나 먹을까 해서 다같이 근처에 있는 바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를 옮기고 타파스 몇개와 와인을 한 잔 시켜 밖으로 나왔다. 테라스에 있는 스탠딩 테이블에서 루카와 함께 담배를 태우며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곧이어 쇼핑을 끝낸 피피와 클로디아도 왔다. 이제 친구들과 산티아고에 도착 후를 얘기하고 있다. 이 길도 점점 끝을 향해 가는 구나 새삼 또 깨닫는다.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들과 또다시 볼 것을 약속했지만 아마 그러기는 힘들 듯하다. 친구들은 내가 포르투로 떠나는 날 산티아고에 도착할 예정이다. 루카는 산티아고에 도착해 나와 같이 이탈리아 대 스페인 유로파 축구경기 보고싶다고 한다. 친구들과 같이 바에서 시끄럽게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보면 얼마나 재밌을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알베르게 앞에서 전에 나에게 맥주를 사주신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께 전에 얻어먹은 맥주를 갚기 위해 오늘은 제가 한잔 사도 괜찮냐고 여쭈었다. 알베르게 앞 공원 옆에 바에서 와인과 타파스를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아저씨와 같이 다니는 또 다른 할아버지? 아저씨?(이하 선생님) 가 있는데 그 분은 까미노를 되게 많이 오신 분이다. 그 분은 까미노를 올 때 마다 가는 알베르게도 있고 음식점, 가게 사장님들과도 친분이 있을 정도다. 그 선생님은 레온을 지나 다음 마을에 머물 예정이라 지나가는 길에 아저씨와 같이 밥을 먹을려고 했다. 아저씨는 그새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식당에 갔다가 바가지를 썼다고 한다. 그 사실을 선생님께 알렸고 선생님이 식당에 도착해서 노발대발 화를 내셨다고 한다. 알고보니 아저씨를 응대한 사람은 종업원이었고, 그 선생님과 가게 사장님의 친분을 모르고 있다가 그런 불상사가 발생한 듯했다. 결국 바가지를 쓴 만큼 음식과 술을 더 받았고, 정말 푸짐하고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해주시며 나에게도 그 바에 가자고 제안하셨다. 거기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고 한다. 나도 궁금하여 그 바 로 향했고, 위치도 가까웠다. 자리를 잡고 아저씨가 추천해주신 홍합과 와인을 마셨다. 정말 비린 맛이 하나도 없이 요리된 홍합이 와인과 너무 잘어울렸다. 한국에서 이렇게 팔면 정말 잘될 것 같았다. 그리고 마무리로 위스키같은, 어떤 독주를 한잔 먹었는데 그건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알베르게 통금시간이 다되어 갈 무렵 우리는 바를 나와 잠자리에 들었다.
2. 레온 알베르게 추천
Albergue at the Benedictine Sisters Convent · León, Leó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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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에서 묵었던 공립 알베르게 입니다. 대도시 공립 알베르게인 만큼 규모가 꽤 크고 100명이 넘는 넉넉한 수용인원을 자랑합니다. 시설 또한 나쁘지 않아 가성비 알베르게를 찾는 순례자들에게 추천합니다. 위치도 레온 대성당과 멀지 않습니다. 알베르게 앞에는 그라노 광장이 있고 그 주변으로 몇몇 바와 식당들이 있습니다.
3. 레온 맛집 정보
Bar La Sacristía · León, Leó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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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한국인 에어비앤비 아저씨와 방문한 바입니다. 제가 묵었던 알베르게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현지인들 또한 많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가서 홍합 타파스만 먹었지만 리뷰를 보면 다른 음식들도 맛이 좋다는 평이 많습니다. 다만 일하는 종업원에 따라 바가지를 쓸 수 있으니 꼭 주문 전 가격을 먼저 물어보세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19일차 (엘 부르고 라네로-푸엔테 비야렌테)
1. 일기전에 친구한테 받은 인스턴트 커피를 하나 까서 출발 전 빵과 쿠키와 함께 먹었다.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는 진짜 기분을 좋게 만든다. 약도 챙겨먹고 길을 나섰다. 첫번째 마을까지
famonk.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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