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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여행기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1일차 (생장-론세스바예스)

by peoplothory_ 2024. 7. 13.

목차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1일차 (생장-론세스바예스)

    새벽 5시 아침잠 없는 어른들이 많았던 우리 알베르게는 이른 새벽부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어 플러그로 노이즈캔슬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에서 깼으니.... 어제 먹다 남은 샌드위치와 커피, 바나나 2개로 아침을 때우고 나도 서둘러 출발 준비를 했다.

    아직 생장을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먼저 출발했던 매넌이 길을 헤맨다. 매넌은 어제 바로 옆 침대에서 묵은 네덜란드 친구다. 그녀는 까미노 관련 어플들을 핸드폰에 깔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한동안 동행하며 짧은 영어실력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무슨 일을 하는지, 네덜란드의 얘기, 한국 얘기 등등. 매넌은 키가 아주 크다. 나도 185cm로 작은 편은 아닌데 옆에 서보니 나보다도 조금 더 큰 것 같다. 오르막을 막 오르기 시작할 때쯤 처음 도네이션바를 보았다. 남은 동전 몇 개를 기부통에 넣고 따뜻한 커피를 한잔했다. 도네이션 바 주인아주머니와 매넌이 까미노 루트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다시 출발. 푸르스름한 새벽안개와 구름 사이로 햇살이 한 두 가닥 뻗친다. 오르면 오를수록 감탄은 자아내는 경치다.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도 뒤돌아 내가 걸어온 길을 보면 이내 호흡은 안정을 되찾는다.

    피레네 산맥으로 가는 새벽 생장

    매넌과 함께 가던 중 프란체스카를 만났다. 캐나다에서 자기 여동생들과 같이 왔지만 싸워서 지금은 따로 걷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사진을 찍으며 잠시 쉬는 사이 나는 먼저 앞질러 나갔다.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도착한 오리손.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매넌과 프란체스카가 도착했다. 그들이 같이 뷰가 좋은 자리로 가서 앉자고 한다. 자리에 앉아 친구들과 빵과 커피를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가 이탈리아에서 온 루카를 만났다. 루카와도 같이 합석해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혼자만의 시간이 조금 필요했던 나는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또 보리라.

    오리손에서 매넌이 찍어준 사진
    매넌과 프란체스카 / 숨막히는 피레네 산맥의 절경

    말도 안 되는 풍경들이 조금씩, 천천히 바뀐다. 완만한 오르막의 연속이다. 뒷짐을 지고 천천히 올랐다. 언제쯤 오르막이 끝나나 10분마다 지도를 보며 걷는다. 땀이 비올 듯이 뚝뚝 떨어지다가도 잠깐 휴식을 취하면 금방 식어 추워진다. 이러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깎아지른 절벽에 펼쳐진 초원뷰가 바위로 바뀌더니 숲길이 드러난다. 축축하고 어둡다. 질척이는 땅을 첨벙거리며 가다 보니 어느새 국경이다. 이제 나는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간다. 아까 만난 친구들과 멀어진 지는 오래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부엔 까미노' 인사를 외칠 힘도 점점 바닥날 때쯤 내리막 목전에 도착했다. 오리손 아주머니는 무조건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라고 했지만 빨리 내려가고 싶은 마음에 반대길을 택했다. 지팡이로 쓸만한 것이 없었지만,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이제 하산을 시작했다. 배낭이 무거워 그런지 내려가는 것도 힘에 부친다. 다리에 점점 힘이 빠져가고, 마실 물도 바닥을 보인다. 거리는 짧지만 길도 미끄럽고, 힘에 부쳐 내려오는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다. 억겁 같은 1시간이 지나 드디어 론세스바예스 도착. 거대한 성을 개조해 만든 듯한 알베르게에 입성했다.

    피레네 산맥 중간에서 휴식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 표지판 /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

     먼저 도착한 순례자들로 북적였다. 체크인과 식사권을 구매하고 배정받은 침대로 향했다. 지하의 와인창고 같은 분위기의 침실이었다. 짐을 풀고 이불, 베개커버를 씌우고 샤워를 했다. 다행히 따뜻한 물이 잘 나왔다. 개운하게 씻고 밀렸던 빨래를 맡겼다. 세탁과 건조까지 총 7유로. 파리에서부터 밀린 빨래를 가져다 주니 이게 하루치 빨래냐고 농담처럼 묻는다. 빨래까지 맡기고 밖을 나와 속속 도착하는 이들을 구경한다. 매넌과 루카도 도착했고, 금발의 곱슬머리 친구도 같이 온다. 덴마크에서 온 마노스라고 한다. 정확한 발음이 어려워 마노스라고 불러라고 한다. 친구들이 체크인을 하고 씻는 동안 알베르게를 나와 맥주와 토스트를 먹었다. 테라스에서 먹었는데 꽤 추웠다. 하늘에 구름도 잔뜩 껴서 더 춥게 느껴진다. 나는 5월 까미노가 이렇게 추운 줄 모르고 긴팔을 거의 챙겨 오지 않았다. 알베르게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들을 만났다.

    알베르게 저녁 먹기 전 친구들과 맥주

    같이 밖에서 맥주 한잔하고 알베르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좋은 생각인 것 같아 그들과 함께 알베르게 옆에 있는 바에 가서 테라스 자리를 잡았다. 각자의 나라의 문화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전부 다 알아듣지는 못해 조금 힘들었지만 친구들이 나를 위해 천천히 말해주어 고마웠다. 알베르게 저녁을 먹기 전 6시에 성당 미사가 있다고 해서 성당에 가자고 한다. 저녁시간이 7시였으니 한번 들려도 괜찮을 것 같아 다 같이 성당으로 갔다. 성당 안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고요하며 성스러웠으며 따뜻했다. 신부님이 오늘 미사에 참석한 이들의 국가를 하나하나 일일이 불러주신다. 꼬레아. 뭔가 국가대표가 된 느낌이다. 사실상 국가대표가 맞을지 모른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이들에게는 대한민국 전체를 의미할 수도 있다. 1시간가량 미사가 이어진다길래 중간에 친구들과 나와서 잠시 침대에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첫 알베르게 저녁식사. 큰 테이블에 다 같이 쉐어해서 먹는 스타일이 낯설고 신기했다. 마침 다른 한국인 분들도 있었다. 외국인과만 대화하다가 한국인과 한국어로 대화하려고 하니 되려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다 같이 인사와 통성명을 하고 식사를 했다. 파스타와 목살&감자, 빵, 와인 이렇게 구성되어 나왔고, 맛은 그저 그랬지만 주린 배를 채우기는 충분했다.

    성당 미사 / 알베르게 저녁식사

    이렇게 까미노 첫날이 저물러 간다. 아직은 모든 게 낯설지만, 이 또한 금세 익숙해지리라. 내일은 친구들과 같이 주비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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