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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여행기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32일차 (아르주아-라바코야)

by peoplothory_ 2024. 11. 24.

목차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32일차 (아르주아-라바코야)

    1. 일기

    아르주아에서 라바코야까지는 30km. 부지런히 가야 한다. 다행히 출발할 때 비가 오지 않는다. 대신 자욱하게 깔린 안개. 가로등과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넓게 퍼진다. 날이 점점 밝아오고 중간중간 작은 마을들을 구경하며 나아간다. 오늘의 목적지였던 오페드로우조를 지나 숲길에 들어서자 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단 눈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카페 꼰레체와 엠파나다를 하나 시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비가 점점 굵어진다. 에이씨 일단 먹자. 금방 지나가는 소나기이리라. 먹는 동안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커피와 엠파나다도 다 먹었고, 마냥 비가 그치길 앉아서 기다릴 순 없었다. 배낭커버를 꺼내 씌운다. 그리고 다시 출발. 비를 맞으며 조급한 마음에 속도를 내본다.

    새벽녘 안개가 가득한 까미노우중충한 날씨에 커피와 빵으로 몸을 녹인다.

     

    오늘 가는 라바코야는 산티아고 공항 옆에 있는 마을이다. 그래서 마을 도착 전에 공항에 들러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조금 당기려고 항공권을 바꾸려고 한다. 비를 맞으며 2km 정도 걸었을까. 다행히 비가 그쳤다. 까미노 루트 도중에 산티아고 공항을 지나는 길이 있는데 나는 곧장 공항 쪽으로 빠졌다. 공항이 바로 옆에 있어도 어느 공항이든 공항은 크고 넓기 때문에 생각보다 한참 걸어갔다. 빨리 도착해서 빨리 바꾸고 빨리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산티아고 공항 표지판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스카이웨이 표시

    공항 안으로 들어섰다. 정말 오랜만에 에스컬레이트를 탔다. 현대 첨단기술에 한번 감탄했다. 출국하는 층으로 갔는데 아무리 봐도 내가 예매했던 루프트한자 오피스가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공항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다 하는 말이 다르다. 몇 번 창구로 가라, 오늘은 루프트한자 비행이 없는 날이라 오픈을 안했다 등등. 조금 허탈했지만 뭐 별 수 있나. 다시 오늘의 목적지인 라바코야 마을로 향하는 루트에 오르기 위해 공항을 나왔다. 산티아고 공항에서 산티아고 시내까지 걸어갈 수 있는 스카이웨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표지석인지 그 표지석을 따라가면 다시 까미노 루트를 쉽게 탈 수 있다.

    생각보다 작았던 산티아고 공항날씨가 참 변덕스럽다.

    오늘 묵을 라바코야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직 오픈 전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과 인사하고 가방을 내리고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2시가 되자 올라가는 알베르게 셔터. 나는 네번째로 체크인을 했다. 오랜만에 사립 알베르게를 왔는데 시설이 참 좋다. 넓고 쾌적한 침실과 주방도구가 잘 갖춰진 주방, 고양이가 뛰노는 넓은 뒤뜰도 있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아무튼 나의 까미노 여정 중 손꼽는 최고의 알베르게인듯한다.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늦은 점심을 먹는다. 어제 아르주아에서 장볼 때 산 레토르트 마카로니 파스타와 빵 한 조각, 컵누들까지. 주방에 자판기가 있어 맥주도 한 캔 뽑아 같이 마시며 먹었다. 뒷정리를 하고 주방을 나와 뒤뜰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옆에서 시가를 물고 있는 아저씨가 말을 건다. 너도 맥주 마실래? 아까 먹은 1906 맥주였다. 사양하지 않고 고맙다고 하고 캔을 땄다. 그분은 까미노 북쪽길을 걷고 어제 산티아고에 도착했다가 어제, 오늘 이 알베르게에서 머물고 내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나는 잠시 낮잠을 청하러 침대에 누웠다.

    라바꼬야 알베르게에서 간단한 식사

    조용한 알베르게 덕분에 푹 잤다. 뒤뜰 테라스에 나가보니 여전히 그 아저씨가 똑같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가 저녁 어떻게 할꺼냐고 묻길래 아직 잘 모르겠다, 일단 식당 쪽으로 가볼 거라고 답했다. 그가 괜찮으면 저녁 같이 먹자고 제안했다. 자기가 어제, 오늘 여기 머물면서 갔던 식당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자고 한다. 오케이 좋다. 같이 식당으로 향했고 들어가서 메뉴를 본다. 일단 둘 다 갈리시안 수프를 시켰다. 그리고 나는 메뉴에 쿠바스타일 밥이 있길래 그걸 시켜보았다. 주문 후 잠시 담배 피우러 나가니 벤 아저씨가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그는 다른 알베르게에서 머문다고 한다. 반갑게 인사하고 내일 산티아고에서 보자고 약속했다. 담배를 태우고 나오니 갈리시안 수프가 나와있었다. 갈리시안 수프 리뷰에 한국의 시래깃국 같다는 말이 많았는데 진짜였다. 시래깃국에 감자가 들어가 있고, 조금 짠 정도? 빵과 함께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쿠바스타일 밥이 나왔고, 그 음식은 서글서글한 밥에 계란프라이 2개, 그 위에 케첩이 뿌려져 있었다. 특별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나도 충분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서 실망했다. 검색해 보고 주문할걸.

    라바꼬야 알베르게 뒤뜰 마당에서. 참 많이 탔다.

    식사를 마치고 알베르게로 다시 돌아왔다. 그 분과 다시 뒤뜰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미 해군 출신으로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북쪽길을 걸으며 만났던 여성이 있는데 그 사람이 많이 생각난다고 한다. 나도 길을 걸으며 만났던 많은 친구들이 생각났다. 루카, 매넌, 마노스, 프리다, 피피, 클로디아, 프란체스카, 멜라니, 미키, 호르헤, 조반니, 윌리엄, 로렌조, 줄리아, 에밀리... 너무 많아 이름이 제대로 생각나지 않을 정도이다. 알베르게 고양이와 뒤뜰에서 놀다가 이제 잠에 들까 한다. 드디어 내일 나는 이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인 산티아고에 도착한다.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2. 라바코야 알베르게 추천

    산티아고에서 약 10km 전에 있는 라바코야 라는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이다. 나는 14유로짜리 사립 알베르게에 지냈으며, 가격대가 약간 있는 만큼 시설도 너무 좋다. 화장실과 샤워장은 분리되어 있고, 샤워장에는 샴푸와 린스까지 구비되어 있다. 침실은 매우 넓어 침대간 간격이 넓고 이불까지 제공된다. 넓은 뒤뜰에는 파라솔과 의자들이 있으며, 주방에는 조리도구와 식기류가 완벽하게 구비되어있다. 무엇보다 고양이와 같이 놀 수 있어서 좋았다. 산티아고 도착 전 편안한 휴식을 원한다면 이 알베르게를 추천한다. 

     

    Albergue Lavacolla · A Lavacolla, A Coruñ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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