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일기
6시쯤 알베르게를 나섰는데 비가 온다. 어쩔 수 있나. 출발한다. 작은 촌동네라 나오자마자 바로 헤드랜턴을 켰다. 전날 충전을 많이 해두어 오늘은 좀 오래간다. 오늘은 걷는 내내 비가 올 모양이다. 오늘은 22km 정도 정도 비교적 조금만 걸으면 된다. 아르주아 가는 길에 멜리데 라는 큰 마을이 있는데 거기 맛있는 빵집이 있다고 해서 오늘 아침식사를 거기서 해결할 예정이다.
비를 맞으며 걷다가 조금 더 가서 쉬어야지, 조금 더 가서 쉬어야지 하다가 중간에 휴게 쉼터에서 남은 살라미와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남은 맥주도 한 캔 같이. 역시 길 위에 먹는 게 제일 맛있다. 그리고 힘내서 단숨에 멜리데에 도착했다. 곧장 빵집으로 향했고, 도착한 빵집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나는 엠파나다와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 캐러멜 케이크, 그리고 카페 꼰레체를 한 잔 시켰다. 먼저 엠파나다를 먹었다. 이번에는 안에 참치가 들어간 엠파나다였는데 역시 맛이 좋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먹은 캐러멜 케이크는 내가 이번 순례길에서 먹은 최고의 케이크로 등극했다. 달달한 캐러멜과 초코, 쫀득한 시트까지 커피와 궁합도 완벽했다. 행복한 아침식사를 즐겼다. 비를 뚫고 온 보람이 있다. 주문한 음식과 커피를 말끔하게 해치우고 가게를 나오니 비가 잠시 그쳤다. 시각은 대략 8시가 조금 넘어 전날 멜리데에 머물렀던 순례자들이 하나둘씩 까미노 루트에 오른다. 아르주아로 가는 길에 엄마, 아빠, 딸까지 온 가족이 까미노를 걷는 모습을 보았다. 자기 몸만 한 가방을 멘 어린 소녀는 궂은 날씨에도 엄마, 아빠를 씩씩하게 따라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나도 나중에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가족들과 다 같이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오락가락하는 비를 뚫고 쉼 없이 걸은 끝에 아르주아에 도착했다. 오늘은 무니시팔 공립 알베르게에 머물 예정인데 아직 알베르게 체크인 오픈 시간이 되지 않아 바로 전날 찾아두었던 식당으로 향했다. 가보니 동네주민 몇 명만 바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다행히 그 시각 음식 메뉴가 가능하다고 해서 나는 락소라고 하는 돼지고기 요리와 레드와인 한 잔을 시켰다. 락소는 돼지고기 등심구이인데 갈리시아 지방 식당 메뉴판에서 많이 보여 이번에 처음 시켜보았다. 가격도 괜찮고 맛도 좋다는 평에 오늘 이 식당을 골랐다. 방금 갓 요리된 락소가 나왔다. 이젠 빠지면 섭섭한 감자튀김도 같이 플레이팅 되어 있었다. 소금 간만 살짝 한 락소는 누린내 없이 담백하고 맛있었다. 김치와 쌈장이 생각났지만 괜찮았다. 양이 너무 많아 조금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한국에서 오늘 남긴 이 락소... 생각나겠지.
식당을 나와 알베르게로 향하는데 알베르게 앞에 줄이 엉망이다. 일단 나는 가방으로 줄을 세우고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학여행 온 중학생 무리들도 도착했다. 하마터면 중학생들보다 늦어 체크인이 늦어질 뻔했다.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빨래는 생략. 내일 몰아서 해야지. 일단 한숨 잘까 한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비가 온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니 장을 보러 슈퍼로 향했다. 뭘 살까 고민을 하는데 문득 '아 나 이제 이틀 치 장만 보면 되네?' 기분이 이상했다. 이 생활도 이제 이틀 뒤면 끝이 난다. 비를 맞으며 'Dia'로 향했다. 레토르트 마카로니 파스타, 컵누들, 맥주, 빵을 샀다. 근처에 케밥집이 있어서 플레이트도 하나 포장했다. 숙소로 돌아와 바로 밥을 먹으러 1층 주방으로 향했다. 다행히 사람이 많이 없어서 조용히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뒷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이대로 그냥 하루를 마무리하기 아쉬워 근처 카페로 간다. 카페에 들어가니 길에서, 그리고 알베르게에서 자주 봤던 이탈리아 순례자가 있었다. 그와 인사를 하고 나는 와인 한 잔과 빵을 주문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밀린 일기와 사진 정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아까 그 이탈리아 순례자가 내가 먹은 커피와 케이크 값을 계산했다고 한다. 너무 고마웠다. 별로 말도 많이 안 섞고 웃는 얼굴로 인사만 열심히 했었는데. 내 지갑 사정 어려운걸 어찌 알고.
내일은 원래 여기 아르주아에서 20km 정도 떨어진 오 페드로우조로 가려고 했지만, 조금 더 가서 라바코야 하는 마을에 갈까 한다. 거기는 산티아고와 1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제 진짜 끝이 보인다.
2. 멜리데 맛집 추천
아르주아로 가는 길 전에 멜리데 라는 규모가 큰 마을이 있다. 그곳에 있는 이 빵집에서 나는 까미노를 걸으면 먹었던 최고의 케이크를 먹었다. 아침에 도착한 나는 현지인들 몇 명 밖에 없는 가게 내부에서 먹었고, 빵의 가격들도 상당히 착한 편이다. 물론 맛도 훌륭하다. 위치가 까미노 루트에서도 벗어나지 않은 곳에 있어 멜리데에 머물거나 아르주아로 가는 길에 간단한 요깃거리가 필요할 때 들리는 걸 추천한다.
3. 아르주아 맛집 추천
아르주아에 있는 가성비 맛집으로 유명한 곳인 듯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조용히 식사할 수 있었지만 저녁시간에는 손님이 꽤 많은 듯했다. 가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뽈뽀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인듯하지만 메뉴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있어 나는 락쏘를 주문하여 먹었다. 고기 누린내 없이 맛있게,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서비스 또한 친절했다. 구글 맵의 리뷰와 사진을 참고하여 이용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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