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일기
오늘도 어두운 새벽길을 걷는다. 헤드랜턴은 전날 충전을 해도 걷는 도중에 계속 꺼진다. 꺼진 랜턴을 충전해 가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자 날도 점점 밝아온다. 오늘도 날이 흐리다. 아니나 다르까 안개비가 흩날리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7km 정도 걸어 한 마을에 도착했다.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가 카페 꼰레체를 하나 시켜 어제 사리아에서 샀던 빵과 함께 먹었다. 달콤한 크림과 폭신한 식감이 아주 좋았다. 가방에 항상 쟁여두는 봉지 크로아상도 하나 먹었다. 다시 힘내어 출발.
오늘은 100km 까미노 표지석이 볼 수 있는 날이다. 군대 전역날 계산하듯이 이제 그 표지석만 지나면 산티아고까지 100km도 안남은 것이다. 어느 이름 모를 마을에 있는 100km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던 한국인 순례자와 사진 품앗이도 했다. 지금 걷고 있는 이 순례길이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오늘은 걸으면서 많이 쉬지 않았다. 그렇게 크고 작은 마을들을 지나 마침내 포르토마린이 보인다. 포르토마린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저수지 위로 나있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저수지의 크기도 그렇고, 다리도 그렇고 서울 한강다리가 연상된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원형 교차로 위로 돌을 쌓아 올려 만든 육교 같은 것이 보인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가늠조차 안 되는 웅장하고 멋진 육교다.
오늘은 무니시팔 알베르게에 머물 예정이다. 1시 체크인인데 11시쯤 도착했으니 체크인까지 시간이 꽤 많이 남았다. 알베르게 가는 길에 카페가 있어 들렀다. 토스트와 커피를 시켜 앉으려고 하는데 전에 오 세브레이로에서 같이 맥주를 마셨던 한국인 분을 또 만났다. 그녀는 어제 여기 포르토마린에 머물고 오늘은 버스를 타고 아르주아 까지 점프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녀에게 어제 찾아놓은 포르토마린 맛집이 있는데 같이 점심을 먹으면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알베르게 체크인이 1시이고, 식당 오픈이 1시 반이니 체크인 후 바로 오픈런을 하면 될 듯했다. 좋다는 답을 듣고 나는 다시 오늘의 알베르게로 향했다.
순례자들이 가방으로 줄을 세우고 체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을 갈아신고 체크인을 기다렸다. 딱 1시 정각이 되어 알베르게 문이 열렸고, 내 순서는 대략 10번째쯤 되었다. 얼른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나니 1시 반이 넘었다. 그분은 이미 식당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죄송한 마음에 얼른 식당으로 향한다. 다행히 아직 손님이 많지 않아 워크인으로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직원의 응대를 받아 창가 자리에 앉았다. 마침 날씨도 맑아서 뷰도 참 좋다. QR코드를 찍어 메뉴를 본다. 나는 가리비 구이를 시키고, 그분은 뽈뽀를 시켰다. 그리고 각자 화이트 와인 한 잔씩. 오래지 않아 금방 음식이 나왔다. 먼저 내가 주문한 가리비 구이를 먹어보았다. 라임을 조금 뿌리고 조개껍데기에 담겨있는 국물을 빵에 적셔서. 아주 훌륭했다. 비린 맛없이 조개 본연의 맛이 잘 느껴지고, 라임의 향긋함과도 좋았다. 뽈뽀도 먹어보니 쫄깃쫄깃하고 아주 맛있었다.
그분은 전에 트리아카스텔라 이후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날, 트리아카스텔라에서 식사를 마치고 무리해서 사리아까지 가다가 히치하이킹한 썰. 얼마 남지 않은 까미노 이후의 계획들 등등. 그렇게 얘기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작별인사를 했다. 아마 이젠 까미노에서 그분을 볼 일은 없을 듯하고, 나중에 포르투 일정이 맞는다면 그때 보자고 했다. 나는 알베르게로 돌아와 낮잠을 청했다.
오늘 저녁은 알베르게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참이었다. 식료품점에서 레토르트 식품도 살 겸, 동네구경도 할 겸 기지개를 한번 키고 밖으로 나섰다. 날씨가 맑을 때 본 포르토마린의 저수지와 다리는 더욱 예뻤다. 동네 한 바퀴를 하고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맥주 한 캔과 레토르트 식품을 하나 사서 돌아와 저녁 먹을 준비를 한다. 알베르게 안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다들 밖에서 놀고 있나 보다. 대강 저녁을 해결하고 나도 알베르게 안에만 있기 아쉬워 광장 쪽으로 나갔다. 겉보기에는 한적해 보였지만 바 안에는 수학여행 온 중학생들이 바글바글하다. 술을 마시지 못하니 다들 콜라 하나씩 시켜 놓고 앉아 있는 게 꽤 귀엽다. TV를 보니 오늘 스페인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나는 칼리모쵸를 한 잔 시키고 밖에 테라스 자리에 앉았다. 칼리모쵸를 마시며 내일 걸을 루트를 보고 있으니 안에서 환호성과 탄식이 들려온다. 어딜 가나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똑같구나. 나는 축구에 크게 관심이 없어 지금 이 순간을 즐긴다. 오늘 하루도 다 갔으니 이제 4일 남았다.
2. 포르토마린 맛집 추천
크지 않은 마을 포르토마린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찾은 식당이다. 창가에 앉으면 뷰가 정말 좋으며, 가게 내부도 상당히 깔끔하고 팬시한 분위기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기 힘든 맛집이지만 나는 오픈런을 해서 다행히 워크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메뉴당 가격은 조금 있는 편이지만, 음식의 맛과 서비스를 고려했을 때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리비와 뽈뽀를 시켰지만 스테이크도 유명하다고 하니 포르토마린에서 머물 계획이 있으신 분은 여기서 한끼 해결하시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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