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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여행기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12일차 (아타푸에르카-부르고스)

by peoplothory_ 2024. 9. 9.

목차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12일차 (아타푸에르카-부르고스)

    1. 일기

    오늘은 까미노 산티아고 프랑스길 중 3번째 대도시 부르고스에 가는 날이다. 아타푸에르카에서 부르고스까지 약 20km의 비교적 짧은 여정이다. 오늘도 5시에 기상하여 6시가 되기 전에 아타푸에르카 알베르게를 나섰다. 조용한 마을에 지팡이 짚는 소리가 탁탁 울린다. 오늘은 순례길에서 처음으로 에어팟을 끼고 노래를 들었다. 한국에서 듣던 음악들을 이 길 위에서, 그것도 해가 뜨기 전인 꼭두새벽에 들으니 새로운 느낌이다. 얼마 가지 않아 언덕 위에 세워진 큰 십자가를 보았다. 가다가 만난 캐나다인 맥스에게 사진을 부탁해 사진을 남겼다.

    이름 모를 십자가에서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멋진 조각 판글

    그리고 언덕을 넘어 다시 내리막길. 이제 해가 조금씩 뜨기 시작한다. 날이 점점 따뜻해질 때쯤 첫 번째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 카페가 있어 들어갔더니 갓 나온 또르띠아와 샌드위치들이 있다. 나는 샌드위치와 카페 꼰레체 하나를 주문했다. 샌드위치가 생각보다 컸지만 아주 맛있게, 남김없이 싹 먹어치웠다. 먹는 도중에 핀란드인 아저씨도 카페에 들어왔다. 나는 내가 먹고 있던 샌드위치를 추천했다. 다시 힘을 내어 출발. 이제 곧 부르고스다. 사실 곧은 아니다. 대도시 중심부까지 진입할 때는 지루한 구간이 있다. 도시 근교의 공장, 정비소 같은 산업단지 같은 지역들 말이다. 부르고스 공항을 돌아 그 구간에 진입했다. 거기서부터 10km.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또 지도를 보는 횟수가 잦아진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버거킹과 맥도날드가 보이고, 사람들도 점점 많아진다. 진짜 부르고스에 들어왔다. 가는 길 중간중간 부르고스 주민들이 부엔까미노 라며 응원해 준다. 마치 큰 일을 치르고 돌아온 개선장군이 된 기분이다. 알베르게로 향하는 곳곳을 눈에 담는다. 사람들, 상점, 은행, 카페, 술집, 아파트, 공원, 성당. 정말 예쁜 동네이다. 옛 건물과 신식건물들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다. 마침내 오늘의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아직 오픈시간 전이라 가방으로 줄을 세워놓고 휴식을 취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쉴 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이 길이 주는 또 다른 작은 선물이다. 쉬고 있으니 친구들이 속속 도착한다. 그들에게 얼른 가방으로 줄을 세우라고 알려주었다. 12시 오픈시간이 다되어가자 나는 신발을 편한 것으로 갈아 신고 체크인 준비를 했다.

    부르고스 입성을 알려주는 조각상순례자 벽화

    체크인을 하려고 하는데 현금결제만 가능한 알베르게 였다. 딱 1유로가 부족했는데 다행히 여권을 리셉션에 맡기고 체크인을 먼저 할 수 있었다. 부르고스에 있는 한식당으로 가기 전 ATM에서 유로를 인출하려고 했으나 수수료가 너무 비싸 '일단 밥부터 먹자'라는 심정으로 '소풍'이라는 한식당으로 향했다. 순례길을 걸으며 가는 첫 한식당이다. 한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마녜루에서 보았던 잭 아저씨를 만났다!! 너무 반가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잠시동안 벤치에 앉아 그와 마녜루 이후의 얘기들을 나눴다. 그는 발에 물집이 악화되어 결국 병원까지 갔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부르고스에서 5일 동안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잭아저씨와 부르고스 한식당 소풍에서

    나는 지금 한식당에 가는 길인데 같이 가자고 동행을 제안했고, 그는 한국 음식이 너무 그립다며 빨리 가자고 한다. 그렇게 부르고스의 한식당 '소풍'에 도착했다. 식당 안은 온통 한국인들이 있으며, 다행히 우리가 앉을 자리가 남아있었다. 나와 잭 아저씨는 김치찌개를 시켰고 소주도 시켰다. 소주 1병 가격이... 13.5유로... 큰 맘먹고 한병 깠다. 오랜만에 먹는 매운 음식에 입 안이 얼얼했다. 그리고 예전처럼 얼굴과 머리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리고 차가운 소주 한잔. 먼 타국에서 먹는 한국음식이 이렇게 맛있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음식 또한 한국스타일로 맛깔나게 나왔다. 잭 아저씨 또한 한 그릇을 모두 비우고, 나는 밥을 거의 2 공기를 먹었다. 오랜만에 든든하게 잘 먹었다. 반가운 잭아저씨와의 식사는 내가 계산했다. 다음에 서울 오면 맛있는 밥 사달라고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잭아저씨가 자기가 아는 맛있는 요거트집이 있다고 거기 가자고 한다. 아저씨 말대로 진짜 맛있었다. 캐러멜 시럽에 오트밀 같은 토핑을 선택했는데 너무 맛있고 시원했다. 벤치에 앉아 요거트를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그는 아마 산티아고까지는 못 갈 것 같고 많이 가도 레온까지 갈 거라고 한다. 왓츠앱을 교환하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수수료가 비교적 저렴한 ATM을 찾아 현금을 찾아 알베르게 리셉션에 지불했다. 그리고 숙소 근처에 있는 부르고스 대성당으로 향했다. 순례자는 순례자 여권을 지참하면 할인이 가능하여 5유로에 입장했다. 나는 교회나 성당을 다니지 않지만 부르고스 대성당이 스페인 3대 성당이라는 명성을 듣고 한번 가보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은 참 잘한 결정이었다.

    부르고스 대성당1부르고스 대성당2
    부르고스 대성당3부르고스 대성당4

     

     

    외부도 그렇지만 성당 내부도 정말 웅장하고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역사적, 종교적 지식을 알고 갔더라면 더 재밌고 흥미로웠을 것 같았다. 정말 세밀하고 디테일이 많은 조각과 그림들, 스테인글라스 까지. 글로는 설명이 안 되는 작품들이다. 마지막 출구 직전에 있는 기념품샵에서 성당 다니는 친구의 선물을 사고 부르고스 대성당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목이 말라 근처 바에서 칼리모초와 샌드위치를 하나 사먹었다. 스페인의 오후 햇볕은 너무나도 뜨겁다. 시원한 칼리모초 한잔이 그걸 달래준다. 이제 외장하드를 사러 갈 차례다. 까미노를 떠나기 전, 쿠팡으로 사놓고 두고 온 외장하드가 눈에 아른거린다. 집에 두고 온 외장하드는 한국 돌아가면 당근 해버리고 현지에서 하나 사기로 결정했다. 전자용품점에 가서 외장하드를 사고 싶다고 하니 제품을 보여준다. 가격을 보니 한국에서 샀던 가격과 거의 비슷하다. 나는 2TB짜리 외장하드 하나를 70유로에 구매했다. 합리적인 소비를 한 것 같아 뿌듯해하며 강변 공원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그곳은 츄러스를 파는 카페로 잘 알려져 있어 궁금했다. 나는 츄러스 6개와 초코 디핑소스를 주문했다. 처음엔 정말 맛있게 먹었다. 초코 디핑소스도 너무 달지 않았다. 하지만 4개째 쯤 되자 슬슬 물린다.

    부르고스 츄러스 카페에서

    테라스 자리에 앉아 천천히 츄러스를 먹으며 내일 걸을 길을 본다.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마노스와 프리다가 지나간다. 원래 그들과 점심에 한식당을 같이 가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잭아저씨를 만나는 바람에 저녁으로 약속을 미뤘었다. 같이 카페 테라스에 앉아있다가 한식당 저녁 타임 오픈시간에 맞춰 출발했다. 한식당 앞은 이미 한국인과 다른 아시아인 순례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가 없으면 어쩌지라고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우리 자리가 남아있었다. 줄을 서는 동안 일본인 미키도 만나 미키와도 합석했다. 우리는 삼겹살과 불고기, 김치찌개, 라면 2개, 소주 1병을 시켰다. 전에 마노스와 대화할 때 그는 한국 음식을 정말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삼겹살과 김치찌개를 시켰다. 매운 것을 못 먹는 프리다는 불고기. 나와 미키는 라면 1개씩.

    주문이 많이 밀려 음식이 하나씩 순차적으로 나왔고, 먼저 삼겹살과 김치찌개가 나왔다. 나는 친구들에게 삼겹살을 상추쌈에 싸먹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상추쌈에 고기와 자기가 먹고 싶은 밑반찬을 올린 후 싸서 한입에 왕. 친구들이 모두 만족해한다. 너무 뿌듯했다. 미키는 일본인이라 젓가락을 잘 쓰지만 마노스와 프리다에게는 생소한 젓가락 쓰는 법을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프리다는 서툴지만 젓가락을 사용해서 음식을 먹으려고 했지만 마노스는 이내 포크로 음식을 먹는다. 미키의 라면도 나오고, 내 라면이 가장 늦게 나왔다. 가격은 7.5유로로 한국에서 먹는 라면 가격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뭐 어떤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다시는 한식당을 안 들릴 생각이다. 라면이 나온 지 10분 만에 해치우고 프리다가 남긴 밥까지 싹 말아먹었다.

    저녁식사 후 알베르게로 돌아가는 길에

    든든히 채운 배를 부여잡고 식당 밖으로 나오니 해가 저물어 간다. 숙소 가는길에 슈퍼에 들러 내일 먹을 빵과 과자, 물을 샀다. 내일은 산 볼 이라는 어느 외딴 마을 알베르게를 예약했는데 아주 기대된다.

    2. 부르고스 알베르게 정보

     

    Albergue de peregrinos Casa del Cubo de Burgos · Burgos, Burgos

     

    www.google.com

     

    부르고스 대성당 바로 뒷편에 위치한 알베르게이다. 규모가 꽤 크며, 내부도 화장실, 샤워장, 로비, 침대까지 모두 리모델링하여 깔끔하고 쾌적하다. 침대마다 작은 취침등이 설치되어있어 새벽에 핸드폰 불을 밝히지 않고도 준비할 수 있는 점이 참 좋았다. 위치 또한 부르고스 대성당 바로 뒤에 위치해 있어 이동과 접근성이 좋다. 가격 또한 착하니 가성비 알베르게를 찾고 있다면 추천한다.

    3. 부르고스 맛집 정보

    (1) 한식당 소풍

     

    2° Sopung 두번째 소풍 · Burgos, Burgos

     

    www.google.com

    까미노 순례길 프랑스길의 대도시 부르고스에 있는 유일한 한식당 '소풍'. 유일한 한식당이니 만큼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머나먼 스페인에 순례길을 걸으러 와서 이정도 보상은 자신에게 충분히 해줄만 하다. 김치찌개는 완전 한국식으로 고기도 듬뿍 들어가있고 얼큰한 맛이 아주 좋았다. 삼겹살은 구워져서 나오며, 상추쌈도 같이 제공된다. 끓인 라면의 종류는 신라면. 식당에서 신라면 봉지라면을 낱개로 판매하고 있으나 가격이 비싸니 다른 곳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소주도 팔지만 이 역시 너무 값이 비싸다. 총평을 하지만 전부 맛있지만 가난한 순례자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2) 부르고스 츄러스 카페 

     

    Café Ibáñez Chocolatería · Burgos, Burgos

     

    www.google.com

    구글맵을 보다가 한국인들의 리뷰가 많은 츄러스 카페가 있어 방문하였다. 방문하니 츄러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저트와 와인, 맥주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손님들 중 츄러스를 먹는 손님은 한국인 밖에 없었다. 나는 츄러스6개와 함께 초코 디핑소스를 시켰고, 초코소스가 많이 달지 않아 좋았지만 4개쯤 먹다보니 많이 물린건 사실이다. 달달한게 생각날 때 한번쯤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직원들의 태도는 다소 시니컬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11일차 (벨로라도-아타푸에르카)

    1. 일기벨로라도에서 출발할 때 전날 루카와 같이 만났던 로렌조와 이레네와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그들과 얘기를 나누며 걸으니 금새 첫번째 마을에 도착했다. 오늘은 새벽공기가 제법 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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