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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여행기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13일차 (부르고스-산 볼)

by peoplothory_ 2024. 9. 14.

목차

    1. 일기

    오늘도 5시 기상하여 준비하였지만 여기 알베르게 문을 6시30분에 열어주어 그때까지 기다렸다. 약 30-40분을 지루하게 기다리니 잠이 왔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부지런한 순례자들 사이에 나도 섞여 우르르 나간다. 해가 뜨기 전 마지막으로 부르고스 대성당의 모습을 본다. 다음에 또 볼 기회가 있으리라. 순례자들이 조개 표식을 보며 모두 같은 방향으로 향한다. 부르고스 외곽을 지나 첫번째 마을에 도착.

    새벽에 출발하면서 보는 부르고스 대성당

    타르다호스에서 커피를 한잔하고 싶었지만 길을 건너가야해서 그냥 그대로 쭉 나아갔다. 다음 마을이 1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다음 마을에 도착하여 카페에 들러 콘레체와 어제 산 크로아상과 쇼콜라빵을 먹었따. 동네 고양이가 내 주위로 몰려왔다. 혹시나 자신들에게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봐. 가엾어 보여 빵을 조금 떼주었다. 그렇게 배를 조금 채우고 스트레칭도 좀 하고 다시 출발. 다음 마을인 오르니오스 델 까미노까지는 꽤 걸어가야한다. 마을을 빠져나오자마자 작은 성당이 있어 들어갔다. 들어가니 아줌마?할머니? 분이 나의 까미노 순례길을 축복해주는 말과 함께 이마에 손가락으로 십자가를 그려주셨다. 세요를 받으러 들어간 성당에서 뜻밖의 응원과 축복을 받아 힘차게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주변의 꽃들과 바람에 넘실거리는 밀밭들. 아름다운 풍경 감상도 잠시, 뜨거운 햇볕에 조금씩 지쳐가는건 사실이다. 마침내 마을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시작된다. 오르니오스 델 까미노에 당도하고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싶어 바에 들어가 칼리모초를 마시는데 전에 만났던 한국인 단체 관광 가이드분을 또 만났다.

    이름 모를 성당. 들어가서 축복을 받았다.
    끝없이 펼쳐진 까미노 길산티아고 표식

    그는 한국에서 1년에 적으면 한 번, 많으면 3번까지 까미노를 온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까미노 유튜브에서 브이로그 스타일의 영상 외에 정보전달성 영상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한다. 구간별로 주의해야할 부분이라던지, 디테일하게 신경써야할 부분들 등등. 나도 조금 참고하여 영상을 만들어야겠다. 내가 있던 바는 저녁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드는 사랑방 같은 가게라고 한다. 가게 앞에서 기타치고 노래하며 춤추는 그런 멋진 곳이라고 하는데... 나도 이 마을에 머물고 싶지만 다음 마을로 가야한다. 산 볼 까지 앞으로 5km. 땡볕에 언덕을 30분 정도 올랐더니 땀이 쭉쭉 난다. 그리고 오르막 정상에 도착했을 때, 여기가 천국인가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뷰가 펼쳐졌다. 하늘과 밀밭이 맞닿은 지평선이 눈이 가는 곳보다 끊임없이 펼쳐졌고, 밀밭은 바람에 넘실넘실 파도 쳤다. 감탄을 금치 못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여기에 알베르게가 있다고? 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 알베르게 표지판이 보였다. San bol. 반가운 마음에 없는 힘을 쥐어짜내본다. 까미노 루트에서 약 300m 정도 떨어져 있는 산 볼 알베르게. 2시 체크인이었고, 나는 1시반쯤 도착하였다. 가방과 지팡이를 문 앞에 세워두고 벤치에서 신발을 벗고 발을 식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알베르게 주인이었다. 그녀와 짧은 인사를 나누고 자동차 뒷자리에 실린 가스통을 문 앞까지 옮겨주었다. 그리고 체크인을 진행했고 곧바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뜨거운 물이 아주 잘 나왔다. 개운하게 씻고 나와서 보니 다른 순례자들도 속속 도착한다.

    산 볼 알베르게물집때문에 테이프로 칭칭 감은 발
    산 볼 알베르게산 볼 알베르게

    이 알베르게의 빨래는 조금 걸어나가면 있는 빨래터에서 할 수 있가. 들판에 돌로 만들어진 빨래터는 우리나라로 치면 약수터 같이 물이 졸졸 나오고 있다. 대야에 물을 받고 세제를 약간 푼다. 세제라고 해봤자 샴푸를 쓰고 있지만 그마저도 양심에 가책이 느껴질 정도로 정말 동화 속에 나오는 풍경에 있는 것 같다. 물은 아주 차가웠다. 발도 식힐 겸 대야에 담긴 빨래를 지근지근 밟는다. 상쾌한 빨래를 마치고 어제 부르고스에서 산 외장하드에 그동안 찍었던 영상들을 백업한다. 영상의 갯수와 용량이 꽤 커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영상을 옮기는 동안 낮잠을 잤고, 자고 일어나보니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마노스와 프리다도 이 쪽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나는 체크인할 때 신청한 저녁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저녁메뉴는 몇 일 전부터 계속 먹고 싶었던 파에야가 나온다고 한다. 마노스와 프리다는 예약없이 워크인으로 늦게 도착하여 같이 알베르게 저녁식사를 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저녁식사를 신청한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원형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이내 샐러드와 치킨 파에야, 와인이 나왔다. 각자 접시에 샐러드와 파에야를 덜어먹기 시작했다. 너무 맛있었다. 나는 와인 마시는 것도 잊은 채 세접시나 먹었다.

    마노스와 프리다산볼 알베르게에서 저녁식사

    내 옆에는 미국에서 온 젠더와 제니스가 앉았다. 그들은 모자지간으로 생장에서부터 함께 걷고 있다고 한다. 젠더는 PCT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PCT 전 구간을 완주한 건 아니라고 하는데 그래도 부러웠다. 지금은 영화스텝으로 일하고 있고 예전에는 미국 알바트로스 감옥 가이드도 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뉴멕시코에서 살고 있다고 해서 내가 브레이킹 배드를 진짜 좋아한다고 하니 그가 그 드라마처럼 그렇게 위험한 동네는 아니라며 농담을 한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주변 풍경을 본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자연 속에 나만 있다. 또 내일은 어떤 사람을 만날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설레이며 지금 잠에 들려한다. 

    예뻤던 산 볼 알베르게정말 외딴 곳에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간다.

    2. 산 볼 알베르게 정보

     

    Albergue de "Arroyo de San Bol" · Iglesias, Burgos

     

    www.google.com

    정말 외딴 곳에 덩그러니 있는 알베르게이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으니 필요한 물품은 꼭 사전에 구매하기 바란다. 알베르게에서 물이나 맥주, 간단한 과자 같은 것을 팔지만 비싸다. 왓츠앱으로 예약할 수 있으며, 샤워할 때 따뜻한 물도 잘 나온다. 밖에 있는 빨래터에서 빨래도 하고 차가운 물에 발도 담글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와이파이도 빵빵하니 큰 마을이 아닌 조용한 마을에서 머물고 싶다면 추천한다.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12일차 (아타푸에르카-부르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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